[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여성 자기 결정권 인정, 전면 허용은 아니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여성 자기 결정권 인정, 전면 허용은 아니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4.12 13:16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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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을 인정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할 때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법 개정을 위한 시한을 두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7년 2월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이번 선고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날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로 언급했다. 이 기간에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태아의 생명권을 최소한으로 침해해야 하므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 8월에도 있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4인이 합헌, 4인이 위헌 의견을 내 낙태죄에 대해 최종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헌법재판소 내적 구성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힘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0일 ‘낙태죄’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8.3%로 집계됐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30.4%로 폐지 응답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는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결로 낙태가 만연되고, 생명 경시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유감을 표했다. 한국천주교회는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을 신중하고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임신중절과 관련한 법제 정비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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