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기념 유럽 자유여행 다녀온 유근복·서혜원 부부 “한국 노부부 여행 단념할 즈음, 외국은 면티·반바지 입고 세계로”
칠순 기념 유럽 자유여행 다녀온 유근복·서혜원 부부 “한국 노부부 여행 단념할 즈음, 외국은 면티·반바지 입고 세계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4.12 13:22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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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프랑스·그리스·터키 등 8개국 49일간 돌아… 비용 1050만원    

에어비앤비 숙소 이용, 구글 앱 의사소통… 불편 못 느껴

“두 달 가까이 24시간 꼭 붙어 다니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 행복했다.”

칠순 기념으로 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온 유근복(71)·서혜원(68)씨 부부의 말이다. 2017년 5월 출발, 48박 49일간 프랑스·그리스·터키·불가리아·루마니아·헝가리·오스트리아·스위스 등 8개국 43개 도시를 돌았다. 프랑스에서만 보름간 머물며  차를 렌트해 4950km를 달렸다. 숙소 문이 열리지 않아 밖에서 한 시간을 벌 선(?) 적도 있었고 무인화장실에서 물벼락을 맞기도 했고 공항에서 노숙도 해야 했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재밌는 추억으로 남았다. 부부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고 외국인과 구글 앱으로 의사소통하는 등 젊고 발랄한 여행담을 담아 ‘칠순 닭살 에어비앤비 유럽관통’(금토)이란 책을 최근 펴내기도 했다.

-두 달 가까이 장시간 여행을 한 계기는.

“수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일부 구간을 걸었다. 아쉬움이 남아 칠순기념으로 완주하고 싶었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려니 간 곳을 또 가고 싶지 않아 일정을 바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여행을 마쳤다.” 

유근복 씨는 해외여행 경험이 많다. 아남전자 해외영업 일을 하며 일년의 반은 해외출장을 떠났다. 퇴직 후에는 아내와 함께 일 년에 두 차례 이상 해외여행을 다녔다. 부인 서혜원씨는 한성여중고 교사 출신이다.

-지금까지 어디를 다녀왔나.

“가지 않은 나라를 꼽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아프리카, 몽골, 마추피추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돌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터키 남쪽 지중해 연안의 안탈리아가 참 좋았다. 크고 작은 해변이 있고 물가도 비싸지 않고 그리스 로마 유적지 등 볼 것도 많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그곳의 아파트를 한 달 간 빌려 푹 쉬다오고 싶다(유근복).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인상 깊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몬트제 교구 성당도 아름답고 그림 같은 호수가 있는 잘츠캄머구트도 좋았다(서혜원).”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니스 해변 무인숙소 문이 열리지 않아 한밤중에 밖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야 했던 일이다. 문 자물쇠 내부가 3중 고리로 돼 있어 한 개의 고리를 제거한 뒤 미세한 손 감각으로 두 번째 고리를 제거해야 했다. 한참 씨름 끝에 문을 열긴 했지만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종종 당황하고 허탈했던 일들도 벌어졌다. 파리에서 아비뇽으로 가는 도중에 유료 무인화장실을 들렀다. 이때는 친구 부부 등 동행이 6명이었다. 비용을 아끼자고 한 사람이 문을 잡고 있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볼일을 보려다 물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 화장실은 사용 후 자동 물 세척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알래스카 네나나강 협곡에서 래프팅하는 유근복 씨 부부.
알래스카 네나나강 협곡에서 래프팅하는 유근복 씨 부부.

파리-아테네 행 저가항공을 이용하던 중 크레타섬 헤라크리온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 다음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려면 공항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공항 로비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건물 밖 쓰레기장으로 달려가 크고 두툼한 종이 박스를 주워와 요리조리 찢고 펼쳐 공항 의자에 깔았다. 아내는 그 위에서 잠들고 남편은 의자 아래서 졸린 눈을 껌벅이며 불침번을 섰다. 유씨는 “아내와 44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겪고 넘어야 했던 수많은 아픔과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단단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세상에 처음 겪는 노숙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룻밤을 보냈다”며 웃었다.

-좋았던 순간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북역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운 좋게도 4인실 침대칸을 우리 부부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치킨과 햄버거를 자리에 펴놓고 맥주 한잔 부딪치며 마시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그런 순간들이 바로 여행의 맛이다.”

-여행 중 건강은 괜찮았는지.

“별 이상은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 감기증상으로 하루 쉬었다.”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프랑스를 떠나 한국에 들어올 때 고생을 좀 했다. 파리는 테러 위험이 높은 도시다. 테러 제보가 들어왔는지 드골공항 입구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 움직이지를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비행기를 탔지만 하마터면 제 시간에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

-언어 소통에 문제는 없었나.

“구글 앱 덕을 많이 봤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에서 대게를 살 때였다. 손짓 발짓으로 가격 흥정을 하다가 생선가게 러시아 여주인이 답답했는지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입에 대고 러시아 말로 뭐라 했다. 우리에게 보여준 스마트폰에 한글이 쓰여 있었다.”

유근복 씨는 “요즘은 구글의 도움으로 해외여행의 어려움이 별로 없다. 과거에는 약도를 그려가지고 다녔지만 지금은 구글 앱 지도가 잘 돼 있어 약도가 필요가 없다. 이제는 구글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걸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비용도 많이 들었을 텐데.

“우리 부부가 쓴 비용은 1050만원이다. 마일리지로 항공료를 절약했다.”

-생각 외로 적게 들었다.

“최대한 절약을 해서다. 밥을 해 먹었다. 호텔에선 밥을 해먹을 수가 없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집 전체를 통째로 빌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는 여러 사람이 여행할 때 훨씬 이득이다. 버스, 지하철로 이동하고 하루 5시간 이상 걸었다.”

-에어비앤비는 믿을 만한가.

“대체로 괜찮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한글로 안내해 이용이 어렵지 않다.  여행국 도시, 여행 기간을 써넣으면 해당 지역의 숙소와 가격이 화면에 쭉 뜬다. 거실, 주방 사진을 보고 원하는 집을 선택한다.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은 저렴하긴 하지만 일찍 일어나 단체로 움직이는 게 맘에 안 들어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숙소 문제로 탈이 난 적은 없나.

“아테네에서 한 번 당했다. 공항 근처 집을 예약했는데 실제 가보니 사진하고는 많이 달랐다. 주방도구가 하나도 없고 등산용 버너 하나만 달랑 있었다. 공항과 가까운 곳이 그 집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행지에서 본 외국의 노인들은.

“연금제도가 잘 돼 있어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한국에선 우리 나이 쯤 되면 여행을 접으려고 하지만 그쪽은 여든 노인도 면티, 반바지 차림에 운동화 신고 어디로든 떠난다. 그걸 보고 우리도 좀 더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싸움은 하지 않았나.

“부부가 장시간 여행하면 꼭 다툰다는데 왜 싸우나. 하루 종일 붙어다니니까 너무 좋더라.”

유근복·서혜원씨 부부는 인터뷰 끝에 “가을에 캐나다에 사는 딸 부부를 만나러 간 김에 캐나다를 일주하고 중미도 돌아볼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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