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G시대 개막… 음성이냐 문자냐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5G시대 개막… 음성이냐 문자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12 13:27
  • 호수 6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 시대에 뒤떨어지는 물건이야.”

얼마 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중 잠시 들른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메모지를 보고 아내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관대한 편인 아내가 혹평한 제품은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거대한 메모지였다. 메모지 포장지에는 “아들, 냉장고에 음식 해놓았으니 데워 먹어”라는 투의 예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고 글씨도 큼직하게 쓸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제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내가 혹평한 이유는 이랬다.

“누가 요새 메모지를 써. ‘카톡’으로 알려주면 되지.” 

카톡이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2010년 3월부터 시작한 대표적인 메시지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필수품이다. 필자는 카카오톡을 ‘4G(4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4G 서비스는 이동 중 100Mbps, 정지 중 1Gbps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미래 무선통신 기술이다. 3G 시절 속도가 2Mbps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 빨라진 것이다. 

카톡은 전화 중심의 의사소통 방식을 다시 문자로 바꿔놓았다. 인류는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할 수 없을 때 주로 문자를 이용했다. 새에게 쪽지를 달아 전달하는 방식 등을 거쳐 현재의 우편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다 전화기가 등장하면서 문자에 의한 전달 방식은 음성으로 대체돼 간다. 오래 걸리는 우편이 바로 통화가 가능한 전화를 이기긴 힘들었다.

‘휴대’의 시대에 넘어와서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 기능이 들어있지만 ‘휴대우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4G시대 등장한 스마트폰 역시 ‘전화’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문자도 음성만큼 빨리 전송되는 시대가 되고, 건당 ‘30원’씩 청구되던 비용도 사라지자 문자에 의한 전달방식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조용한 데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기록으로 남는 장점 덕분에 통화보다 더 애용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통신사 요금제는 통화시간을 중심으로 책정돼 왔다. 요금대별로 기본 통화시간에 차이를 주며 차별화 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음성통화는 무제한이다. 대신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 그만큼 음성의 영향력이 줄고 문자의 힘이 강해진 것이다. 

지난 4월 4일 4G시대보다 더 빨라진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개막했다. 5일에는 5G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에도 나섰다. 주도권을 잡은 문자가 득세할지 획기적 기술을 더한 음성이 다시 앞설지 아직은 모른다. 누가 앞서든 인류는 또 한 번 변화의 문 앞에 서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