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한노인회 전남 순천시지회장 “노인상담실 운영… 가족·친지 갈등으로 생긴 한 풀어줘”
김명수 대한노인회 전남 순천시지회장 “노인상담실 운영… 가족·친지 갈등으로 생긴 한 풀어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4.19 13:16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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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회 회관에 옛 생활·문화 전시 공간 마련… 초등생 견학장 활용할 터

노인대학장 10년 경력… 존경 받는 어른 되기 위한 의식교육에 전념

대한노인회 전남 순천시지회에는 타 지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하나 있다. 노인상담실이다. 지회 건물 4층에 있는 노인상담실은 아늑하고 따듯한 분위기로 의뢰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수 있게 했다. 김명수 순천시지회장은 “작년 10월부터 요일별 2명의 상담사가 오전, 오후 교대로 상담에 응하고 있다. 상담을 받고난 어르신들이 대단히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순천시지회 노인대학장을 10년간 역임하고 지난해 6월, 지회장에 취임했다. 

-순천은 어떤 도시인가.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따른다’는 뜻의 순천(順天)이란 도시 명부터 좋지 않은가. 순천에 우리나라 정원을 대표하는 국가정원1호가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순천의 구 도심권은 옛 역사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오고 있다. 순천시에 있는 ‘팔마비’(전남 유형문화재 제76호)는 이곳이 청백리의 고장임을 상징한다. 낙안읍성, 송광사, 화엄사 등 관광지가 30분 거리에 있고 여수도, 선암사도 그렇다.”

순천시는 승주군과 통합(1995년)돼 현재 24개 읍·면·동을 두고 있다. 시 인구는 29만여명이고 노인은 4만1000여명, 대한노인회 회원은 2만1000여명이다. 순천시지회에는 24개 분회, 670개 경로당이 있다. 

-노인상담실은 타 지회에서 볼 수 없다.

“제가 농촌에 살면서 만난 어르신 대부분이 가족, 친지와의 갈등으로 가슴 속에 깊은 아픔을 안고 계시더라. 그 분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조언도 해 주고, 다시 만나서 진척된 상황을 전해 듣곤 했다. 열흘, 한 달…시간이 지나자 그 어르신이 ‘이제 내가 살겠네,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 마음이 많이 풀렸고 최대한 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런 경험이 노인상담실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또 다른 계기는 노노케어 상담사였다. 2013년 당시 대한노인회 이 심 회장은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노노케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때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당시 부회장)이 3억원의 씨드머니를 내놓았고 순천시지회가 일부(5,000만원)를 지원 받아 상담사를 육성했다. 김명수 지회장은 “재원(상담사)을 활용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지회장으로서 역점을 둔 사업은.

“지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노인의식교육이다. 못살던 나라를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만든 주인공들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다. 6·25 때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고 국가 부흥을 위해 서독, 월남, 중동에 나가 피땀을 흘렸다. 노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존경 받을 만큼 어른다운 노인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순천시지회 24개 분회장단과 670개 경로당 회장단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하고 있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강갑구 전남연합회장이 순천시지회장으로 재직 시 교육 사업에 대한 지원 요청을 많이 했고 시에서도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응답해주었다.”

김명수 전남 순천시지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차지원 부회장(김명수 지회장 왼편)과 서정숙 사무국장(김 지회장 오른편) 등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명수 전남 순천시지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차지원 부회장(김명수 지회장 왼편)과 서정숙 사무국장(김 지회장 오른편) 등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순천시지회는 이밖에도 노인사회활동 및 재능나눔활동 참여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일년에 4차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TV, 냉장고, 운동기구 등을 다 갖춰 대체로 좋은 편이다. 지난해 전체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했다.”

-경로당 관리는 어떻게 하나.

“분회를 통해 중요 사안을 전달하고 수시로 저와 경로부장이 경로당을 방문해 현안을 챙긴다.”

김명수 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회장실 벽면에 걸려 있는 칠판을 가리키며 “분회 총회에 반드시 참석한다. 3월에 8곳을 갔고 4월에 9곳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김명수 지회장은 순천 출신으로 40년간 교단을 지켰다. 조선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했다. 순천효산고 교장 퇴임 후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순천향교 전교로 있으면서 문화재청 특색사업인 순천시 달빛야행 행사 추진위원장, 순천 시민의 날  행사 및 팔마문화재행사 추진 위원장을 각각 두 차례 맡았다.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 교육부 장관 효행상 외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대한노인회와 어떻게 연이 닿았나.

“퇴임 후 거주하던 서면의 면사(面史)를 만들고 나서 평소 알고 지내던 강갑구 회장의 권유를 받고 숙고 끝에 노인대학장을 맡았다.”

-‘젊은 노인대학장’이었을 텐데.

“물론 (학생들이)대부분 저보다 한참 위였지만 우대하고 존경하면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건강체조, 교양강좌, 노래교실 등 3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노인대학 운영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노인대학이 열리는 날에는 자식들 승용차를 빌려 타든지 택시라도 타든지 어떡해서든 참석하려는 모습에서 따듯한 정감을 느낀다. 노인대학장 경력이 지회장 선거에도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본다.”

지난해 순천시지회장 선거에 김 지회장을 포함 5명이 경합을 벌였으나 선거 전날까지 후보들이 출마를 포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변에서 노인대학장을 이길 승산이 없다는 말이 돌았다. 김 지회장의 감동 깊은 강연과 인품이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노인지도자 교육에서 강조하는 말은.

“고려시대 나옹선사(1320~1376)가 지은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시는 노인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다 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청산은 나에게 말없이 살라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내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네’. 고승의 가르침대로 살면 어른으로 존경 받고 떠나게 되니까 시 내용을 부디 마음에 새겨달라고 부탁한다.”

-순천시지회 현안은 무엇인가.

“최고의 숙원사업은 무허가건물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시에 간곡히 요청한 결과 작년에 시비, 도비 70억원을 지원 받아 4층 규모의 지회 독립건물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 순천시장과 이정현 국회의원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지회 회관에 우리 역사와 생활풍습, 문화를 사진·영상과 실물·모형 등으로 전시하고 교육하는 공간을 만들어 초등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김명수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청년회와 노인회의 매칭 교육도 앞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각 읍·면·동 청년회와 노인회가 연계해 교류·교육해 청년은 어르신을 존경하고 노인은 청년에 모범이 되게 한다”며 “5월 청소년 달에 모범청년을 선정, 노인회에서 시상하고 10월 노인의 날에 청년회에서 분회 회장들의 노고에 감사장을 전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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