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34] 국산 한약재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34] 국산 한약재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 김제명 경희미르한의원 분당점 대표 원장
  • 승인 2019.04.19 13:32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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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하게 외국산을 사용해야 하는 약재들도 많이 있습니다. 약재들은 저마다의 최적 기후가 있습니다. 약재는 무조건 국산이 좋다는 말은 그다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며, 아마도 국산 장려 및 일종의 애국심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한약재 중에서는 예로부터 국내에선 채집이 불가하여 중국 및 기타 주변 국가에서 수입해 오던 것들이 많습니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는데, 감초는 우리나라 기후보다 선선한 아한대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유통되는 전량이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뜻밖에 모르는 듯합니다. 설사 일부 감초가 국내 생산이 있더라도, 유효 성분 및 약효 측면에서는 당연히 수입 감초가 좋습니다. 

사슴뿔이 모두 약재용 녹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원 대부분은 국내산 녹용을 녹용 한약재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한의사들이 최상품으로 생각하는 녹용은 마록이라는 품종입니다. 하지만 국내산, 캐나다 및 미국 등 북미지역의 사슴은 엘크라고 하는 품종으로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약용 품종이 아닙니다. 

계피(육계)는 계피나무 껍질을 의미합니다. 계피차나 수정과 등에도 들어가죠. 이처럼 우리에게는 매우 친근한 약재라서 당연히 국산 약재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계피나무의 원산지는 일본, 중국 남부, 베트남 등 따뜻한 기온대 지역이고, 가장 좋은 품질의 약재는 베트남산으로 알려졌습니다. 

황기는 국산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외국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산, 특히 내몽골산이 약효가 좋습니다. ‘본초서(질병 치료에 쓰이는 식물계·동물계·광물계에서 얻은 물질인 본초를 적은 책)’에서 내몽골산을 으뜸으로 쳤고, 내몽골산 3~4년근 자연산 황기가 국내산 1~2년근보다 저렴하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국내산만을 고집해서 한약 가격만 올라가고, 실제 약효가 떨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지실의 경우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약효가 더 좋습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회수 이남의 귤을 그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나 작물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입니다. 여기 나오는 탱자가 바로 지실입니다. 지실은 쓰촨이나 푸젠과 같이 중국 남부의 습윤한 아열대 기후에서 자랐을 때 고유의 효과를 나타냅니다. 

예전부터 고려 인삼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왔습니다. 또한, 오미자는 국산이 중국산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19세기에 나온 ‘본초서’인 ‘약징’에 조선산이 좋다고 기술되어 있고, 실제 한의사의 임상 예에서도 국산의 효과가 좋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의원이 아닌 곳에서 터무니없이 한약을 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면 식약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저가 중국산 한약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의사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이 안 되는 약재가 아닌한 특별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국산 한약재를 사용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모든 수입 약재가 약효가 없다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한의원에서 올바른 한약에 대해 질문하려면 “혹시 중국산 약재를 쓰시는 건 아니죠?”라는 것보다 “여기서는 검사를 필한 약재만을 사용하시죠?”라고 물어보세요. 혹은 “녹용은 어느 나라 것을 사용하시나요?”라고 물어보시는 게 현명하게 한약을 드시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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