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시] 치매
[백세시대 / 시] 치매
  • 박기주 시인‧수필가
  • 승인 2019.04.19 13:42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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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언제부터인가 인격누수현상이 시작되었다

시꺼먼 먹물로 내 사진을 지우고 있었다

내 안에 그는 있었지만

그의 안에 나는 없었다

언제나 늘 같은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족사진도 시꺼멓게 지우고 있었다

그의 안에 가족도 없었다

하늘의 무수한 별도 지우고 있었다

달도 태양도 지웠다

온 천지가 시꺼멓다

동서남북이 없어졌다

그래도 지우고

암 것도 없는데

지우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도 고통없이

너무도 편안히 

시꺼먼 먹물로

오늘도 내일도

시꺼멓게 귀 막히게 꾸준히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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