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언제부터인가 인격누수현상이 시작되었다
시꺼먼 먹물로 내 사진을 지우고 있었다
내 안에 그는 있었지만
그의 안에 나는 없었다
언제나 늘 같은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족사진도 시꺼멓게 지우고 있었다
그의 안에 가족도 없었다
하늘의 무수한 별도 지우고 있었다
달도 태양도 지웠다
온 천지가 시꺼멓다
동서남북이 없어졌다
그래도 지우고
암 것도 없는데
지우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도 고통없이
너무도 편안히
시꺼먼 먹물로
오늘도 내일도
시꺼멓게 귀 막히게 꾸준히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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