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힘내!
[디카시 산책] 힘내!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9.04.19 13:44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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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지친 걸음 스쳐가는 

까마득한 계단은 여전히 힘들어도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아도

바람 불면 

또 다른 세상 꿈 꿀 수 있어


민들레 홑씨가 바람에 날아와 터를 잡은 곳이 하필이면 흙 한 줌 없는 돌계단 틈이라니! 그런데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씨를 퍼트려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 올망졸망 일곱 꽃송이가 안쓰러워 계단 오르는 숨소리가 더 벅차다. ‘이번 생은 글렀으니 다음 생을 기약하자’라는 말은 이 민들레 앞에서 얼마나 죄스러운가. 민들레에게 이 봄날은 죽을힘을 다해 견디면서 씨앗을 맺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야 바람을 만나면 홑씨를 퍼뜨려 다음 봄을 기약해 볼 수 있다. 앞 다투어 피는 꽃들을 보고 있으면 어디에서 저런 고운 빛깔을 가져와 이렇게나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는지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꽃들은,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무성한 잎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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