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스트레스 제로(Zero)!
[백세시대 / 금요칼럼] 스트레스 제로(Zero)!
  • 신은경 차의과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4.19 13:46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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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스트레스로 밝혀져

 면역력 높이는 방법 궁리하다
‘스트레스 제로’를 선언하며
 나를 격려하는 ‘셀프 토크’ 시작

요즘 나는 ‘스트레스 제로’를 연습하고 있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며, 긴장과 집중을 필요로하는 대학 강의와 대중강연, 글쓰기와 방송 출연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목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만으로는 이렇게 ‘스트레스 제로’를 외치며 지극히 평안한 상태를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무 걱정할 일이 없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모두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스트레스 받을 업무도, 부담도, 그럴 이유도 없다’ 
그리고 내가 자리한 이곳이 정말 평안한 곳이라고 눈을 감고 상상한다. 이를테면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공기는 얼음냉수처럼 청정하다. 나는 잔잔한 물 위에 떠서 새파란 하늘을 보고 있다. 야자수를 스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고, 물의 온도는 차지도 덥지도 않다. 나는 평안하다. 스트레스 제로이다.’ 이렇게 말이다.

이러한 자기 암시는 아보 도오루 교수의 책 <병에 걸리지 않는 면역생활>을 읽고 나서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면역학의 권위자이자 김치 유산균을 개발하신 박건영 교수님이 권해 주신 책이다. 
원래 신경이 예민하고 무슨 일을 맡으면 무한 책임을 느끼고 성실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나쁜 버릇을 가진 나는 늘 긴장 상태로 살아왔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공공기관장으로 2년을 보내며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 결과 외부의 나쁜 것들과 싸울 수 있는 자연 살해 세포인 NK 세포(Natural Killer Cell)의 수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했다.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타나지만, 외부의 공격에 맞서 싸울 군사의 능력으로 보아 강력대군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상담했더니, 9번 구운 죽염과 김치 유산균을 먹을 것과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제안해 주셨다.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면역생활을 위해서는 식사, 입욕, 체조 같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중병에 걸리는 것을 피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주범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화가 날 때나 긴장과 초조가 최고조에 달하면 교감신경이 득세해 몸이 취약해진다. 이때 바이러스나 암세포의 공격을 받으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자율신경은 백혈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혈구에는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삼켜서 처리하는 과립구와 이물질을 면역으로 처리하는 림프구가 있다. 교감신경이 우세하면 증가하는 과립구는 이물질을 격퇴하지만, 그 과정에서 면역 저하, 발암,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우리 몸의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각종 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암을 비롯한 현대의 심각한 질병들이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마음의 고민으로 인한 스트레스, 과로로 인해 생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으며 면역을 높일 나만의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다. 그 중 셀프 토크가 아주 유용했다.

3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 수업을 하고 나와 파김치가 되어 연구실로 돌아오며 나는 혼잣말을 한다. ‘역시 나는 선생 체질이야.’
평생 방송을 했어도 TV나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 출연은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TV 인터뷰의 경우 분장, 헤어, 의상까지 신경을 써야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긴장 100퍼센트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송을 마치고 나면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다. ‘난 역시, 방송체질이야’

주말 꽃놀이 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뚫고 간 특강을 마치고 나오며 옷이 다 땀으로 젖어도 나는 또 스스로 말한다. ‘난 역시 타고난 동기부여 강사인가 봐.”
은퇴한 방송국 친구들이 ‘놀기를 일하기처럼 한다’며 자유롭고 여유롭게 은퇴 후 삶을 지내는 얘기를 했다. 그들이 부러워 아직도 밥벌이하는 사람으로서 투정했더니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이 들면 유능해도 돈벌이할 기회가 없어.” 아직 학교에 있으니 잠자코 감사하라는 것이다. 은퇴자는 아직도 현역에 있는 동료를 부러워하고, 현역에 있는 사람은 은퇴한 친구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 오직 감사만 하자. 음식을 만들며, 영화를 보며, 길가의 가로수 꽃구경하며 순간순간을 감탄하며 지내자. 작은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감사하고 즐기자. 일하기를 놀기처럼. 새로 시작되는 한 주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된다.

오늘도 나는 ‘스트레스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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