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두‧소은영 등 6070 모델…은발 휘날리며 ‘런웨이’ 장악한 시니어
김칠두‧소은영 등 6070 모델…은발 휘날리며 ‘런웨이’ 장악한 시니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19 14:20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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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김칠두‧소은영 등 6070 모델들 ‘서울패션위크’ 무대 올라

중후한 특유의 매력으로 인기… 모델 강좌 수강 열기 후끈

시니어모델 김칠두 씨가 지난달 막내린 2019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열린 한 패션소 런웨이를 걷고 있다.
시니어모델 김칠두 씨가 지난달 막내린 2019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열린 한 패션소 런웨이를 걷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F/W 서울패션위크’ 바로크(BAROQUE) 패션쇼에선 맨발을 한 모델이 위풍당당하게 런웨이(패션쇼에서 모델이 걷는 무대)를 걸었다. 1990년대 축구스타 김주성을 연상케하는 갈기머리와 목까지 내려오는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모델 김칠두(64) 씨의 워킹은 시종일관 좌중을 압도했다. 김 씨뿐만 아니라 올해 서울패션위크에는 시니어 ‘신인’ 모델이 대거 등장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30대만 넘어도 노장 취급을 받는 패션 모델계에 60대 이상 시니어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모델은 몇 해 전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시니어 시장이 점차 커지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도 속속 등장했다. 또 2017년 소은영(74) 씨가 최초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선 이후 매년 시니어모델을 기용하는 패션쇼가 늘고 있고 광고시장 등에서도 기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가장 핫한 시니어 모델은 김칠두 씨다.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키미제이’ 쇼를 통해 데뷔한 그는 젊은 모델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분홍색 선글라스와 야전 상의, 비스듬히 쓴 스냅백(야구 모자)과 가죽 라이더 재킷 등 20대 모델도 소화하기 힘든 의상을 그가 착용하면 맞춤복처럼 어울린다. 특히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깊은 주름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은회색 머리카락, 수염 덕에 젊은 모델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까지 풍긴다.

김 씨는 20대에 의류 도매상을 했고 패션모델의 꿈을 안고 모델 경연대회에서 입선한 경력도 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순댓국집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경쟁 식당의 등장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며 고민할 무렵 막내딸의 제안으로 모델 일에 뛰어든다. 

지난해 2월 모델아카데미 수강을 시작한 김 씨는 워킹, 포토 수업을 들으며 꿈을 키워왔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에이전시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 서울패션위크에 서게 된다. 중후함이 매력인 그는 등장하자마자 젊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톱스타도 하기 어려운 맥주, 아웃도어 광고 모델로 기용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 씨는 “힘닿는 데까지 모델을 할 계획”이라면서 “세계 4대 패션위크 런웨이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호 시니어모델 소은영 씨와 최고령 시니어 모델 최순화(77) 씨, 그리고 성연주(60), 최경희(59), 오외숙(55) 등도 올해 패션 위크를 누비며 시니어 모델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이들의 활약 덕분인지 시니어모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와 수강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서울 송파구는 40대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모델 강좌를 개설했다. 접수 사흘 만에 41세부터 최고령 75세까지 29명이 모여 마감됐다. 4월 4일부터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12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강좌에서는 시니어 패션·패션쇼 분석, 자세교정, 워킹스텝, 모델포즈 등 기본기를 배우고 하반기 시니어 패션쇼 무대에 설 예정이다.

첫날 수업은 ‘벽 서기’부터 시작한다. 양 발꿈치와 무릎을 붙이고 3면이 거울인 벽에 기대서는 것이다. 정면 자세와 걸음걸이 교정의 기초지만 평생 멋대로 해온 자세를 고치고 ‘바르게’ 선다는 건 만만치 않다. 몇몇은 무릎이 잘 모아지지 않아 다리에 힘을 바짝 줬고 강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자세를 바로 할 수 있었다. 

이어 본격적인 워킹 교육이 진행됐다. 포 스텝(four step)이라 불리는 워킹 교육을 통해 여성은 고양이같이 날렵한 ‘1’자로, 남성은 풍채 좋아 보이는 ‘11’자로 걷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호에 맞춰 두 줄로 선 수강생들이 전면거울을 보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스텝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의 ‘댄싱 퀸’이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주제가 등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이내 경쾌한 동작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김일권(73) 어르신은 “자세도 교정하고 자신을 잘 꾸미는 법을 배우기 위해 참여했다”면서 “이번 교육을 통해 보다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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