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00여개 경로당 주민에 개방…‘복지센터’로 발돋움하는 개방형 경로당
서울 600여개 경로당 주민에 개방…‘복지센터’로 발돋움하는 개방형 경로당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26 10:45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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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60곳은 ‘작은복지센터형’ 변신… 요가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 운영

회원들 “경로당 밝아져 좋아”… 일부선 사적인 공간으로 악용하기도

개방형 경로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발전한 서울 종로구 평창경로당. 요가 등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호평받고 있다.
개방형 경로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발전한 서울 종로구 평창경로당. 요가 등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호평받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에 줄지어 늘어선 오래된 주택들 사이에서 유난히 하얀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에 다가서니 나란히 걸린 현판 두 개가 시선을 끌었다. ‘신흥경로당’과 ‘신흥작은복지센터’가 그것이다.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이 경로당이 새롭게 재탄생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노인들의 대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던 이곳은 개방형 경로당의 확장형인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탈바꿈하면서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 홍용식 신흥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에 나이든 사람만 있었는데 같은 건물에 젊은 사람들이 보이니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개방형 경로당이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진화하면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 등으로 개방의 바람이 확대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로당은 원칙적으로 65세 이상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지만 여름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에 한해선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무더위쉼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효과는 미비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는 2015년부터 전 자치구에 개방형 경로당을 도입했다. 2015년 128곳이었던 개방형 경로당은 지난해 602곳까지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카페‧동아리형, 돌봄형, 학습형, 도서관형, 소득형, 영화 관람형’ 등 6가지로 분류된다. 이중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은 300㎡ 이상 규모 대형경로당 가운데 앞의 6개 유형 중 2가지 이상의 복합적 기능과 문화 프로그램을 갖춘 형태다. 서울에 6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신흥경로당은 카페와 프로그램실 뿐 아니라 미용실도 갖추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어르신들이 저렴한 비용에 머리를 손질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됐다. 안으로 들어서니 실제 미용실처럼 큰 거울과 함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미용 의자 3개가 설치됐다.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 시설도 있다. 모두 대한노인회 용산구지회가 낸 아이디어로 꾸며졌다. 경로당 회원은 50%, 주민은 30% 할인을 받는다. 재능기부 형태로 자원봉사자들이 머리 손질을 해준다. 단, 인근 지역 미용실과의 상생을 위해 저소득층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목적으로만 운영된다.

또한 종로구가 운영 중인 평창경로당, 창인경로당, 교남경로당 역시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회원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평창경로당에서는 다이어트댄스, 탁구교실, 요가 등의 수업이 이뤄지고 창신경로당은 건강체조, 한국어교실 수업을 진행한다. 교남경로당에서는 장구와 민요, 우리 춤 등 주민 건강과 취미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곳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 참여 인원만 300명에 달한다.

광주광역시 역시 동구와 서구를 중심으로 개방형 경로당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구의 경우 이달부터 ‘소통경로당’이란 이름으로 개방형 경로당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동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충장동 삼성경로당을 소통경로당으로 시범운영 했다. 2층의 유휴공간을 활용, 월·수·금요일 오후 2~3시간 그림‧색칠‧짐볼난타‧치매예방교육‧라인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전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했다. 

주민뿐만 아니라 회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동구는 올해 3월 개방의지가 높은 경로당 4개소(산수·장원부녀·버들(여)·용산 경로당)를 추가 선정했다. 동구는 개방을 희망하는 경로당에 대해 연차적으로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소통경로당이 되면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경로당 이용을 원하는 어르신은 누구나 입회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 또 주민 누구나 마을의제 등을 토의할 회의·소모임장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경로당은 구청에서 지급한 염화칼슘, 모래주머니 등 재난대비 물품·장비를 상시비치하고 주민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소통경로당에서는 매월 1회 이웃경로당 이용 어르신, 마을주민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는 ‘나눔밥상’이 운영된다.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종이공예, 전래놀이, 푸드아트 등을 어르신들과 함께 체험하는 ‘손자랑 오손도손 세대공감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와 함께 웃음치료, 생활안전교육, 영화상영 등 전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황경순 삼성경로당 회장은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져 활기를 찾아 이전보다 경로당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로당 개방의 폐해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주민에게 경로당을 개방하는 것을 악용해 일부 주민들이 사적인 아지트로 둔갑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A지회 B경로당은 젊은 사람들도 쉽게 가기 힘든 언덕에 위치해 있어 매년 이용하는 노인이 줄고 수년째 회장도 선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경로당으로 지정됐고 회원들이 거의 없다는 것과 감시가 소홀하다는 것을 악용해 일부 주민들이 사실상 자신들의 친목활동을 도모하는 사적공간으로 만들었다.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경로당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또 불편함을 호소하는 회원들도 있다.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개방된 곳이 많아 젊은이와 어울리는 것이 어려운 회원들은 되레 경로당에 가는 것이 껄끄러워졌다는 것이다.

A지회 관계자는 “경로당 상황과 무관하게 탁상공론식으로 개방하는 곳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경로당이 왜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방형 경로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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