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3]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 내보낸다
[아하! 속담·성어 3]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 내보낸다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4.26 13:46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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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외출로 며느리 위하는 척 하지만 본심은…

흔히 봄 햇살은 따사로워 야외할동 하기에 좋은 반면 가을햇살은 따가워 피부가 더 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되는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시어머니들이 ‘좋은 봄 햇살’을 딸보다 며느리에게 줬다는 것이다. 얼핏 며느리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반전이 숨어 있다. 

옛날엔 아녀자들도 봄과 가을에 농사일을 많이 했다. 때문에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낸다’는 말은 꽃구경 가라는 뜻이 아니라 일하러 가라는 의미다. 그래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온갖 꽃이 피어날 때면 딸이나 며느리나 모두 일이든 뭐든 밖으로 나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딸 대신 며느리를 나가라고 하니, 순진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배려에 시집살이의 설움마저 봄눈 녹듯 녹아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겉으로 며느리를 위하는 척 생색내는 시어머니의 고단수 전략이다.  

시어머니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며느리로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될 때까지 수많은 세월동안 봄 햇살과 가을햇살 아래서 일을 했다. 이 같은 경험에서 봄 햇살보다 가을햇살이 일하기에 좋고 피부도 덜 손상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경험에서 터득한 이 생활의 지혜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봄과 가을은 온도차이가 별로 없지만 햇볕이 지구에 비치는 양과 시간인 일사량에서 차이가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봄철(3~5월) 평균 일사량이 가을철(9~11월)에 비해 1.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봄은 춘분을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반면 가을은 추분을 지나면서 낮길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외선 지수가 약한 겨울에 적응된 피부가 봄이 되면서 갑자기 높아진 자외선 지수에 쉽게 자극받는다. 반면 가을은 자외선 지수가 가장 강한 여름보다 낮아지니 자극이 훨씬 덜하다.

때문에 같은 시간 야외활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가을이 봄보다 기미, 주근깨 등 피부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낮다. 더구나 가을에는 평균 습도가 69%로 봄(63%)보다 높아 쾌적한 느낌으로 일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골탕 먹이는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기’도 이젠 옛말. 요즘엔 봄 햇살에 며느리 내 보낸다고 하면 며느리는 얼씨구나 하고 한달음에 달려 나간다. 며느리 가방 속에 완벽한 자외선차단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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