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모란이 피네
[디카시 산책] 모란이 피네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9.04.26 14:03
  • 호수 6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란이 피네

무섭게 달아오른 긴장 사이에서

함부로 천국은 완성되지


모란을 일컬어 화중왕이라 한다. 꽃 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꽃의 크기만을 따져도 이만한 꽃이 드문데 자태라든가 기품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화려함만으로도 꽃 중의 꽃이라 칭하는데 이의가 없을 것 같다. 당나라 현종이 특히 이 모란을 좋아하여 양귀비가 거처하는 처소에 온통 모란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였는데 모란이 다 질 때까지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모란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부귀화라고 한다. 우리나라 민화에 많이 등장하며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하는 집에 모란이 그려진 그림을 선물로 많이 주었다. 이 모란이 부귀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란이 피어있는 기간은 길어야 5일을 넘기지 않는다. 꽃잎을 열고 나면 2~3일 내로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김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운다’고 했을 것이다. 모란이 피고 있다. 그 향기에 취해 봄날이 다 가는지도 모르고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