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리더십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백세시대 / 금요칼럼] 리더십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4.26 14:05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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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는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하인같이 조직원을 섬기는 자

 겸손과 강한 결단력을 갖고

 조직원을 아끼면서 양육하는

‘사랑 리더십’ 발휘해야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은 현재 우리 사회 최대 문제는 리더십 위기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활동하던 10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당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산은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라고 반문을 했다. 도산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지도자를 키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도산의 설명은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불행하게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미국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병원 경영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브라이언이라는 간호사가 일한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회복률이 타 병동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간호사에게 비결을 물었다. 브라이언 간호사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자신에게 “이 환자를 간호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답하였다. 그 후 이 병원의 거의 모든 경영전략 회의에서는 “브라이언 간호사도 이 결과에 만족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브라이언 원칙’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한 평범한 간호사가 병원 전체의 경영 효율화를 일군 사례로서, 변화를 끌어내는 진정한 리더십은 지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룰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 최초로 ‘서번트(servant) 리더십’ 개념을 도입한 그린리프(Greenleaf)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동방순례』를 읽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레오는 하인으로 동방순례 길에 나선 여행단에서 낮에는 짐을 나르고 밤에는 노래를 불러 여행단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행길은 레오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레오가 사라지면서 여행단은 혼란에 빠지고 결국 여행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여행단의 진정한 리더는 하인인 레오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 년 동안 그를 찾아다닌 끝에 레오가 실제로는 여행단을 후원한 교단의 교주였음을 알게 된다. 레오는 진정한 리더는 조직원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인같이 조직원을 섬기는 봉사자라는 사실을 여행단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여행단을 꾸린 것이었다. 조직원을 봉사와 헌신 정신으로 ‘섬기는’ 지도자가 조직원으로부터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큰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의 기본 개념인 것이다

이는 실제로 기업경영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좋은(good) 기업’에서 ‘위대한(great) 기업’으로 변신하여 그 지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을 연구한 콜린스(Collins)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으로 겸양(humility)과 강한 의지(fierce will)를 겸비한 경영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공(功)은 부하에게, 그리고 과(過)는 자신에게 돌리는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강한 결단력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성과를 내는 강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콜린스가 지적하는 자신보다 조직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최상의 리더(Level 5)’는 솔직함과 진실성으로 추종자의 신뢰를 얻는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 개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강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리더라는 사실은 이제 리더십 분야의 정설(定說)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강인함을 지닐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리더의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에 대한 애정은 리더로 하여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강인함을 갖게 하고, 조직원에 대한 애정은 리더로 하여금 조직원을 아끼면서 양육하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 리더십’을 리더십의 여러 유형 중 최상의 것으로 규정한 브랜차드(Blanchard)는 “기업경영에 있어 사랑을 쏟는 것은 기업이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는데 있어 매우 필수적 요건이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이를 간과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으로 무장한 리더가 되어 당면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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