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장애인 형제의 뜨거운 우정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장애인 형제의 뜨거운 우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26 14:27
  • 호수 6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급 장애 안고 대학 졸업한 최승규 씨와 조력자 박종렬 씨 실화 바탕

몸 불편한 형과 지적장애 앓는 동생이 ‘장애인 공동체’ 지키는 이야기

기존 장애인을 내세운 영화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장애인들 끼리 서로의 결점을 채워주면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기존 장애인을 내세운 영화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장애인들 끼리 서로의 결점을 채워주면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지난 2006년 2월 열린 광주대 졸업식에선 뇌병변(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4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사회복지학과를 다닌 최승규(당시 38세) 씨가 영광스런 학위증서를 받았다. 그리그 그의 뒤에는 이 기간 동안 ‘강력접착제’처럼 그에게 붙어 있었던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박종렬(당시 35세) 씨가 서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최 씨의 다리가 돼준 박 씨는 특별봉사상을 수상한다. 완전한 남인데도 친형제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사연은 큰 감동을 줬다.

이 두 사람의 감동적인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5월 1일 개봉한다. 작품은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동구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와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췄지만 형 세하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하는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분)의 우정을 담은 휴먼 코미디다. 

세하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친척 집을 전전하다 신부님이 운영하는 장애인 공동체인 ‘책임의 집’에 보내진다. 비슷한 시기 동구 역시 어머니에게 버려져 이곳으로 오게 된다. 의지할 곳 없던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피를 나눈 형제만큼이나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세하와 동구를 비롯한 ‘책임의 집’ 아이들을 알뜰히 보살피던 신부님이 세상을 떠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지원금도 뚝 끊기게 되고 결국 이 복지원은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된다. 십수 년간 안식처가 돼준 복지원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상황에 처하자 맏형격인 세하는 비상한 두뇌를 활용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비록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가졌지만 수영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동구의 능력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인 동구가 비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수영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화제가 되고 그러면 책임의 집에 후원금이 몰려 해산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세하는 구청 수영장에서 일하는 미현(이솜 분)을 수영코치로 영입해 동구를 훈련시킨다. 복지원의 안타까운 사연과 세하와 동구 콤비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고 결국 수영대회까지 나가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세하와 동구 앞에 동구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이 나타나고 동구는 혼란에 빠진다. 동구를 버렸던 옛일을 반성하고 다시 동구를 데려가려는 엄마 정순의 등장으로 세하와 책임의 집 식구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 

이번 작품은 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린 ‘그것만이 내 세상’, ‘언터처블: 1%의 우정’ 같은 작품처럼 감동을 선사하면서도 차별점을 보인다. 앞선 작품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관계를 다룬 반면 이번 작품은 각각 다른 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이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약점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장애를 가진 두 주인공은 우리 모두가 가진 약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처지는 가족, 친구, 애인 등 의지하는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 이를 통해 작품에선 극한의 이기주의로 분열된 현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인 신하균과 이광수의 호흡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신하균은 이번 작품에서는 지체장애인이지만 명석한 두뇌와 쉴 새 없는 입담을 지닌 인물을 그려야 했다. 신체 중 자유로운 부분이 입뿐이기에 얼굴 표정과 말로만 연기를 해낸 신하균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대중에게는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더 익숙한 이광수의 연기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광수는 수영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24시간 형의 손과 발이 돼주지만 형이 없으면 판단이 어려운 지적장애인 ‘동구’를 행동과 표정, 눈빛을 조절하며 과장 없이 세밀하게 연기해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