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부장관 “기초수급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는 방안 마련”
박능후 복지부장관 “기초수급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는 방안 마련”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05.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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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법 20주년 기념 토론회서 밝혀

[백세시대=조종도기자]

비수급 빈곤층 93만명 중 노인이 76만명으로 대부분

수급자보다 훨씬 생활 어려워…자녀들의 지원 못받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월 30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월 30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비수급 빈곤층의 권리 강화를 제시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나서겠다고 공식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4월 30일 “비수급 빈곤층 등 빈곤 사각지대 완화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 제도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부처 간 협의에 더욱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기초생활보장제도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주관으로,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 기동민 법안소위 위원장이 공동 주최했다.

박 장관은 “지금이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넘어 더 높은 삶의 질을 위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실현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앞으로의 10년은 제도의 내적 완결성을 더 높이고 다른 제도와 연계성을 완성시키는 시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말하는 다른 제도와의 연계는 기초연금, 긴급복지지원제도, EITC(근로장려세제), 고용보험, 실업부조 등과의 연계를 말한다. 이런 연계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체계를 다층적으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기조연설과 전문가 주제 발표, 패널 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빈곤층 가운데 기초수급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약 93만명인데 이 가운데 노인이 76만명으로 대부분”이라면서 “노인들은 빈곤이 고착화 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곤층 비수급의 가장 큰 원인은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소득은 낮으나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급여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비수급 빈곤층은 실제로는 부양의무자들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 배병준 실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빈곤층의 사적 이전소득(자녀 등 가족으로부터 받는 돈)이 평균 월 8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 수급 가구에 비해 비수급 빈곤층의 생활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배 실장은 “수급 가구는 수급액을 포함해 평균 월 95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인 비수급가구는 월 50만원의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비수급 빈곤층 소득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소득·재산 많은 부양의무자만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독일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되 일정소득 이상자는 생계급여 감액(미국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20주년을 맞이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의미에 대해 “이전의 생활보호법이 시혜적인 성격이었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민 누구나 최저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권리의 시대를 개막한 것”이라고 되새겼다. 

문 교수는 기초생활보장 쟁점 사항으로 난민·외국인에 대한 적용 여부, 중앙정부의 통제가 계속 될 건지, 최저생계비와 기준중위소득 중 어떤 선정기준이 맞는지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로 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이런 국가위기 속에서 참여연대 등 64개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1999년 9월 7일 국민의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이후 법은 10여 차례 개정됐으며, 2014년 통합급여에서 맞춤형 급여체제로 전환하고 최저생계비 대신 기준중위소득을 급여의 기준으로 삼는 큰 틀의 변화를 겪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태완 보사연 포용복지단장은 ‘저소득층 빈곤동향과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최근 통계청 가게동향조사에 나타난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분석과 개선대책을 제안했다. 

한편 장애인·빈민 관련 시민단체는 이날 부양의무제 폐지를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참여연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했고 보건복지부 장관도 약속했다”며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제 국회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행정부는 예산을 마련할 차례”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빈곤의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전가해온 부끄러운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여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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