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수 대한노인회 강원 횡성군지회장 “사비 들여 186개 경로당 회장 문화탐방 공약 지켜”
전병수 대한노인회 강원 횡성군지회장 “사비 들여 186개 경로당 회장 문화탐방 공약 지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5.03 13:57
  • 호수 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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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분회장·경로당 회장 활동비, 분회 운영비 지원… “타 시·군 부러워해”

31년간 이장 지내… 주민도 잘 따라줘 군수가 ‘통골 대통령’이라 불러

대한노인회 지회장들의 숙원 가운데 하나가 분회장, 경로당 회장의 활동비 지원이다. 두 가지 중 하나만 해결해도 지회장들은 의무를 다한 것처럼 맘이 편하고 면목이 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오래 전부터 지원해주고 있는 지회가 있다. 대한노인회 강원 횡성군지회이다. 전병수(83) 횡성군지회장은 “제가 분회장 시절에도 분회 운영비, 분회장 활동비를 지원 받았다. 타 시·군에서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강원도 횡성읍에 위치한 횡성군지회에서 만나 지회 운영 철학과 봉사하는 삶을 들었다. 전병수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지회장에 취임했다.

-분회장, 경로당 회장 활동비가 지원되는 건 드문 일이다.

“분회장에게 매달 20만원, 경로당 회장에게 매달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분회에는 운영비가 20만원씩 따로 지원된다. 제가 우천면 분회장을 8년간 할 때도 받았다.”

-그로 인해 분회가 활성화됐겠다.

“물론이다. 횡성군지회에는 9개 분회, 186개 경로당이 있다. 저를 포함해 9개 분회장들이 수시로 만나 회의를 갖는다. 회의 후에는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데 분회장들이 순번에 따라 그날 식사비용을 댄다. 대략 두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온다. 지회의 자랑스런 전통이랄까,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횡성군은 어떤 곳인가.

“횡성한우 맛은 말할 나위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산이 깊고 물이 깨끗해 노인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뛰어난 자연환경 속에서 7대 특산물(한우·둔내토마토·절임배추·잡곡·더덕·안흥찐빵·어사진미)이 생산된다. 횡성·주천강변·둔내 등 3개 자연휴양림이 내뿜는 맑은 공기는 복잡한 삶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 시간 내 수도권 진입이 가능할 만큼 도로망이 잘 구비돼 있고 원주의 대형병원을 이용하니까 생활에 불편함도 못 느낀다.”

전병수 지회장은 “100세 어르신이 14명이며 90세 어르신들도 많아 장수하는 군”이라고 덧붙였다. 횡성 군민은 4만8000여명이며 대한노인회 회원은 9300여명(전체 노인의 74%)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귀농·귀촌이 군민 수 증가에 도움을 준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횡성 군수가 노인들에게 잘 해준다. 고가의 안마의자를 비롯해 운동기구와 한궁을 전체 경로당에 보급했다. 군에서 경로당 수선비를 예산에 책정해놓았다. 사회복지과에서 접수하고 수리해주고 있다. 경로당 현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군수가)노인들에게 잘해줘 감사해하고 있다.”

-부임 1년이 지났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는지.

“선거 공약 중 하나인 문화탐방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9월 5일, 사비 1000만원을 들여 경로당 회장들과 함께 양양 낙산사를 다녀왔다. 이 행사로 지회와 경로당의 이해관계가 한층 돈독해지고 회원들이 지회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전 지회장은 이어 “지회에 들어와 보니 직원들의 대우가 최하위였다. 군수에게 부탁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지회 운영비도 부족해 지회장 직책수행비를 보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병수 횡성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두 번째가 김지연 사무국장.
전병수 횡성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두 번째가 김지연 사무국장.

전 지회장은 횡성 출신으로 우천면 오원2리 이장을 오래 했다. 횡성군 산림조합 이사, 우천면 농협 이사, 농협조합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횡성군지회 우천면 분회장을 거쳐 지난해 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젊은 시절 무얼 했나.

“31년간 이장을 했다. 제가 사는 통골 마을 발전을 위해 길을 닦는 등 많은 일들을 해 ‘통골 대통령’이란 말도 들었다.”

통골이란 마을 골짜기에서 외길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전 지회장의 수고를 잘 아는데다 주민들도 전 지회장의 말에 잘 따라주는 모습을 본 군수가 지어준 별칭이다.

전 지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화전정리’를 모범적으로 수행해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화전민들이 산중턱에 일군 밭 때문에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주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화전민들이 포항·울산 등 신흥공업도시로 빠져나갔다. 한때 90가구였던 전 지회장의 마을도 20여 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전 지회장은 “그대로 가다간 다른 면에 흡수될 지경이었다. 마을을 되살리려면 길을 내야 했다. 사흘 밤낮 군수를 찾아가 애원한 끝에 길을 닦았고 마을사람들이 제 공덕비도 세워 주었다. 지금은 70가구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우천면에서 살고 있는 전 지회장은 요즘도 새벽 4시경에 일어나 밭일을 하고 지회에 출근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횡성군지회 전임 우천면 분회장과 면장이 ‘면을 이끌고 나갈 사람은 전병수 뿐’이라며 분회장을 시켰다. 8년간 노인들 관광시켜주었고 총회하면 밥 사고 그랬다(웃음).”

-지회장 선거가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저를 비롯해 군 출신, 공무원 출신 등 셋이 경합을 벌였다. 사람들이 저는 안 될 거라고 했다. 저 역시 분회장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집에 들어앉으면 더 늙는다고 아들이 등 떠밀어 나왔다. 투표 결과 동점인데 나이가 두 살 많아 당선됐다.”

전 지회장은 “‘통골 대통령’ 덕도 봤다. 제가 한 일을 아는 분들이 표를 주었다. 그분들이 누군지 다 안다”며 웃었다.

-노인 인구 100만 시대,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왔다. 노인의 역할은.

“며칠 전 횡성경찰서장이 밤에 교통사고 당하지 말라고 노인들에게 야광조끼를 지급해주었다. 그런 일들이 노인의 수명을 연장시켜주고 있다. 가족과 친지에게 부담되지 말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해야 한다. 젊은이들로부터 존경 받는 삶을 살다 때가 되면 가야 한다. 무기력하게 오래 사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전 지회장은 작년 9월 15~16일 이틀 동안 횡성군 평생학습축제 기간 중에 ‘웃음이 넘치는 주막’을 운영해 얻은 수익금 100만원을 행복봉사공동체 성금으로 전달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전 지회장은 “사회 참여 기회가 없었던 노인들의 기부에 격려의 박수를 많이 보내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회 회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건물은 지회와 보건소, 사회복지협의회 등 3개 단체가 들어와 있다. 보다시피 직원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는 관계로 외부 인사들과 긴밀한 대화를 나눌 자리가 없어 난처할 때가 종종 있다. 군수로부터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았다.” 

전병수 지회장은 인터뷰 끝에 “지금까지 개인 영달을 꾀한 적이 없다. 뒤에 오는 분들이 사무실다운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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