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모든 외국인에 친절한 나라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모든 외국인에 친절한 나라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03 14:15
  • 호수 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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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외국인 봤어.”
필자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30여년 전만 해도 길거리를 지나다 낯선 외국인을 만나는 건 하나의 이야깃거리였다. 한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내놓으면 저마다 만난 외국인의 생김새를 설명하느라 열을 냈던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 특히 서울은 어디를 가도 외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 올 1월~3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외국인이 다녀간 2017년 동기간 292만명 보다 3.4%p 증가한 수치다. 작년 1~3월 265만명 보다는 14.1%p 증가했다.
동대문과 명동을 둘러보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될 정도다. 동대문과 명동은 한국인들에게 패션의 성지였다. 유명 브랜드 옷을 살 때는 명동, 값은 저렴하지만 독특한 스타일의 옷을 구입하고 싶다면 동대문을 찾았다. 동대문은 ‘짝퉁’이라 불리던 이미테이션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 
필자는 동대문과 관계가 깊다. 갓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 복학 후 방학 때마다 동대문 패션상가 일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2000년대 중후반이었던 그때까지는 한국인이 더 많았다. 이미테이션 제품을 파는 노점상에선 종종 외국인이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러다 2010년 전후로 동대문과 명동 상권은 대위기를 맞는다. 인터넷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방문객이 급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대문과 명동은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한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이 메꾼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학 졸업 후 동대문에 거의 가지 않았다. 그 사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들어서 취재 때문에 가긴 했지만 패션상권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최근 전시 취재를 위해 DDP를 들렀다가 오랜만에 동대문 패션상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외국인 타운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지난겨울 찾았던 명동도 마찬가지다. L백화점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이방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나아졌을까. 서양사람에게 친절할지 몰라도 모든 외국인에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동남아나 중화권 외국인들을 무시하는 한국인이 우려될 정도로 많다. 또 외국에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 중 상당수가 불친절하고 택시기사 일부는 바가지 요금을 청구하다 법의 심판을 받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호구’가 아니다.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 관광수입이 줄고 평판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피부색과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찾은 손님은 모두 정중하게 대하는 의식이 자리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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