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돕기 ‘크라우드 펀딩’ 나선 청년들
어르신 돕기 ‘크라우드 펀딩’ 나선 청년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17 10:56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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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학생 봉사모임 ‘라이프 스토리’ 팀 목표액 150만원 넘겨 펀딩 성공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목표액 제시하고  소소한 보상선물 내걸어 일정기간 후원금 모아

수익으로 경로당 환경 개선, 독거노인 지원… 펀딩 실패하면 환불해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르신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청년들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광주 군왕로경로당 어르신들과 이들을 위해 펀딩에 나서 성공한 라이프 스토리 팀 청년들의 모습.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르신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청년들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광주 군왕로경로당 어르신들과 이들을 위해 펀딩에 나서 성공한 라이프 스토리 팀 청년들의 모습.

‘목표액 150만원, 최종 모금액 156만8000원. 최종 펀딩 성공.’

지난 5월 15일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올린 한 프로젝트가 마감을 앞두고 극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봉사모임 ‘라이프 스토리’ 팀이 4월부터 두 달여간 진행한 ‘타인에서 우리가 될 때까지’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하면서 광주시 북구 군왕로경로당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교육 등 여가‧문화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됐다. 박원연 군왕로경로당 회장은 “혈연도 아닌데 친손주처럼 다가와 경로당에 도움을 주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르신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청년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종류에 따라 기부형, 후원형 등으로 나뉘는데 기부형은 보상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순수한 기부 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후원형은 펀딩 주선자가 리워드(보상)를 제시하고 대중의 후원으로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방식으로, 공연과 예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연 청년들은 대부분 후원형으로 진행한다.

청년들은 주로 저소득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펀딩을 열고 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난방기구 구입비용을 모으거나, 오래된 백열등을 LED등으로 교체해주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려고 펀딩에 나선다. 

단, 펀드를 개설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펀딩기간과 목표액을 설정한 후 10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 결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펀딩에 성공하면 마지막 날 후원자들 각자가 설정한 계좌이체나 카드결제 등으로 진행되고 금액이 펀딩 주선자에게 전달된다. 펀딩에 성공할 경우 약속한 대로 후원자에게 보상도 하고 차액을 각각 펀딩 목적에 맞게 활용한 후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예를 들어 라이프 스토리 팀은 후원금액에 따라 제공하는 보상을 달리했다. 15000원을 후원하면 엽서세트와 직접 제작한 에코백을, 1만8000원을 후원하면 엽서세트와 휴대폰케이스를 받는 식이다. 

김광명(27), 최영채(26) 등 20대 대학생 8명으로 구성된 라이프 스토리 팀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서전을 제작하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모임을 결성한다. 이후 이들은 자서전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군왕로경로당을 찾았다. 매주 토요일 경로당을 찾아 손주처럼 공예·요리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발을 씻겨드리며 빠르게 회원들과 가까워진다.  

오랜 시간 함께 어울리며 가족 같은 사이가 됐을 때 청년들에 눈에는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노후화되고 열악한 경로당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달 운영비를 지원 받는다고 하지만 20~30명의 회원들이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된 청년들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펀딩을 열게 됐다. 노년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에코백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경로당 환경 개선을 계획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펀딩에 성공한 청년들은 후원금을 활용해 스마트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광명 씨는 “소중하게 모인 후원금은 경로당 발전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출판을 위한 역량을 키운 뒤 어르신마다의 사연이 담긴 자서전을 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고생 반세영(18) 양의 도전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 미술과에 재학 중인 그는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요양원과 노인복지관 등을 방문했다. 그러다 독거노인들의 고단한 삶을 목격했고 이들이 처한 현실에 궁금증이 생긴 반 양은 기사와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빈곤이 가장 큰 어려움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좀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반 양은 크라우드펀딩을 떠올렸고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나를 생각해주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팬지를 그린 물병을 보상으로 내걸고 펀딩에 나섰다. 독거노인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고 수익은 독거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당초 30만원도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 반양은 목표액을 3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146명이 후원에 참여하면서 목표액의 6배가 넘는 180만원을 모으는데 성공한다. 이후 물병을 제작해 발송하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80여만원을 독거노인을 후원하는 부산의 한 노인단체에 기부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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