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표 대한노인회 전남 곡성군지회장 “노인도 열심히 봉사해야… 통장의 돈도 써야 지역경제 살아나”
류종표 대한노인회 전남 곡성군지회장 “노인도 열심히 봉사해야… 통장의 돈도 써야 지역경제 살아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5.17 13:31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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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로당 현안 없을 정도로 군청에서 노인지원 잘 해줘 감사

한문교육 받으며 성장… 농협장 4선, 산림조합장 4선 역임

곡성군은 한시백일장을 개최해오고 있다. 류종표 곡성군지회장이 직접 쓴 백일장 안내문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군에서 그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곳은 곡성뿐일 게다.”

지난 5월 중순, 전남 곡성사회복지회관 1층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곡성군지회. 류종표(80) 곡성군지회장은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사업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곡성군지회는 타 지회에서 볼 수 없는 사업들을 운영 중이다. 류 지회장이 많은 예산을 지원 받는다는 사업은 한국전통활법 근육신경 조정술 체험이다. 어르신들이 지압 전문가로부터 전신마사지를 받는 것이다. 곡성군청은 2014년부터 이 사업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오고 있다. 

류종표 지회장은 “올해도 6000만원의 예산 지원 아래 2000여명이 목·어깨·허리·다리 등 몸 전체 마사지를 받고 신체적 고통에서 해방된다. 저도 교통사고로 불편한 다리가 마사지 받고나면 훨씬 가볍다”고 말했다. 

2014년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류 지회장에게서 지회 운영과 지나온 삶을 들었다.

-한국전통활법 근육신경 조정술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노인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만 죽도록 해 몸 전체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이것은 신경근육치료를 통해 통증을 제거·완화시키는 마사지의 일종이다. 처음엔 소규모로 해봤는데 의외로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더라. 자격증을 가진 4, 5명이 읍면의 경로당을 돌며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효과가 정말 좋은가.

“평소 팔을 어깨 위로 올리지 못한 노인, 잘 걷지 못하는 노인이 그걸 받고 나면 정상적으로 팔도 올리고 걷는다.”

-곡성군은 어떤 고장인가.

“구례·순천·담양과 함께 4대 장수촌의 하나로 지정돼 매년 번갈아가며 축제한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 곡성이 행사를 주관했다. 최근에는 읍·면의 부부 한 쌍씩을 선정해 회혼례를 열어주기도 한다. 100세 이상 어르신은 10명 내외이고 90세 이상은 아주 많다. 일교차가 커 메론, 사과 맛이 좋다. 최근에 밥에서 향기가 나는 쌀을 개발해 ‘백세미’라고 이름 붙여 판매 중이다. 5월 17~26일, 섬진강기차마을에서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니 많이들 오시기 바란다.”

류종표 곡성군지회장(왼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류 지회장 오른쪽이 문용수 사무국장.
류종표 곡성군지회장(왼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류 지회장 오른쪽이 문용수 사무국장.

곡성 군민은 3만여명, 노인인구는 1만여명이다. 곡성군지회는 11개 읍·면 분회, 320개의 경로당을 두었다. 귀농·귀촌 인구가 그나마 현재의 군민 수를 유지해주고 있다. 

-경로당은 어떤가.

“유근기 군수께서 노인들에게 정말 잘 해주신다. 군 복지과 직원들이 지회를 수시로 방문해 ‘도와줄 게 없느냐’고 묻는다. 그만 오라고 할 정도로 찾아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특히 노인 건강을 위해 한궁, 정수기, 공기청정기를 전 경로당에 보급했다. 대당 200만원 상당의 고가 온열의료기도 진즉에 넣어주었다.”

류 지회장은 이어 “추석, 구정, 어버이날 같은 때 군수가 분회장과 사무장들을 초대해 가슴에 일일이 꽃을 달아주고 간담회를 한 후 기념사진도 함께 찍는다”고 밝혔다. 

-경로당 관리는 어떻게 하나.

“320개 경로당을 실제로 다 돌아보기는 힘들다. 분회장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회와 경로당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사무국장을 비롯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군청 기획실장 출신의 사무국장이 군과 협력해 노인복지에 앞장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류 지회장은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에게 소액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류 지회장은 “분회장들이 외부행사에 초대 받아 갈 때 빈손으로 가면 체면이 안 선다. 그런 경우를 위해 지회 운영비 중 일부를 떼 내 활동비 명목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사업은.

“한참 일하다 집에 돌아가 밥해먹기가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농번기 때 지역의 경로당 한곳에서 밥을 한꺼번에 많이 지어 제공한다.” 

-경로당 현안은.

“글쎄, 현안이 뭐가 있을까.”

-급식도우미가 따로 있는지.

“일부 경로당에는 있지만…사실 그게 문제여서 김영록 전남도지사 초도순시 때 공무원들 다 있는데서 제가 공개적으로 ‘연로한 분들이 밥을 짓기가 힘드니 급식도우미를 꼭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도지사께서 ‘깊이 있게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경로당 결산은 어떻게 하나.

“읍·면 담당 직원이 수시로 결산해 결산 유인물을 돌리고 분회장, 경로당 회장, 사무장을 참석시킨 자리에서 결산 총회를 열기도 한다.”

류종표 지회장은 곡성에서 10대째 내려오는 선비집안의 종손이다. 류 지회장은 농협조합장 4선, 산림조합장 4선을 역임했다. 새마을지도자 곡성군협회 회장, 청소년선도위원회장, 민주평통일자문위원을 지냈다. 2018년 4월, 연임됐다.

-한문을 오래 공부했다고.

“집안이 여유가 있는데도 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한문교육을 시켰다. 우리집 대나무로 만든 서가에 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6·25 전쟁 통에 전소됐지만 남아있는 고문헌들이 2015년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자그만 전시관도 마련됐고 문화재보존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어떤 교육을 받았나.

“아침에 집을 나올 때 대문 앞에 씌어진 ‘가훈 10조’를 하나씩 읽곤 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대할 때 길게 갈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잘 판단해 폐가망신을 예방하라는 내용 등이다.” 

-농협조합장 재임 시 기억에 남는 일은.

“회원이 2000명이 넘는 석곡농협의 건물을 제가 있을 때 지었다. 과거 농민이 수확한 농산물을 농협창고에 갖다 날랐지만 보관료는 농협이 챙겼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농협이 운송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농협 직원이 마을을 찾아다니며 수매하도록 했다. 농민들이 대단히 만족해했다.”

류 지회장은 이어 “16년간 산림조합장을 지냈다. 사방(砂防)댐이라고 해서 계곡의 물을 가둬 산불 진화에도 쓰고 토사가 논밭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산에 길을 내고 댐 만들고 미래목(후에 목재로 쓰는 나무)을 선별해 육림하는 일들이 재밌었다”고 기억했다.

류 지회장은 외부 강연으로 생긴 강연료를 소외이웃을 돕는 일에 쓰는 등 나눔의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외부 강연 때 어떤 얘기를 하나.

“노인이 변해야 한다. 저만 해도 보수적이었다. 아들과 목욕탕에도 같이 안 가고 술잔을 나눠본 적도 없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언젠가는 가는 길, 봉사하며 즐겁게 살라고 말한다.”

류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가족과 국가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다한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아놓고 쓰지를 않아 본인도 손해고 지역경제도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 돈 짊어지고 가면 하나님도 받아주지 않는다. 본인을 위해 좀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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