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노인이 되어가며 산다는 것
[백세시대 / 기고] 노인이 되어가며 산다는 것
  • 정기현 대한노인회 광진구지회 부지회장 / 강변우성A경로당 회장
  • 승인 2019.05.17 13:58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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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노인들의 삶이 즐겁고 존경받는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노인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가끔 하는 생각이다. 확실한 건 나이를 앞세워 타인에게 피해를 줘선 절대로 존경 받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간혹 노인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보면 그분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직설적으로 조용히 충고를 하기도 한다.

최근 1호선 소요산행 지하철을 탔다. 날씨가 풀리면서 공기 좋고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는지 노인들이 많았다.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소요산을 노요산(老遼山)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앉아서 먼 산을 쳐다보며 명상에 잠겼는데 일부 노인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의 젊은 사람들이 눈치를 주는데도 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00세시대를 앞두고 어르신들이 성공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나라에서는 노인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수는 인류사회의 위대한 업적이며 가장 큰 축복이다. 다만 당사자인 노인 중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고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건 아쉽다.

어떻게 늙느냐 하는 것은 이제 노인들의 화두다. 다시 말해 늙되 추하게 늙느냐 아름답게 늙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아름답게 죽는 것을 웰다잉(well-dying)이라 부르고 아름답게 늙는 것을 웰에이징(well-aging)이라고 하는데 누구나 아름답게 늙기를 원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사회는 노인은 많되 원로(元老)는 적다. 원로는 인격과 품위를 갖춘 노인을 말한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결국 품위 있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 곱게 늙어 가는 이들은 늙지만 낡지는 않는다. 늙어도 낡지는 않아야 한다.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이 있다. 겉은 늙어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름답게 늙는 것이다. 그러면 삶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새로워지는 것이다. 사랑‧용서‧여유‧인내‧아량‧이해‧배려‧부드러움 등을 갖추려 노력하면서 선을 베풀어 나갈 때 노년의 삶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노인들이 꼭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작자 미상의 글로 마무리로 하려 한다.

“늙는다는 것은 추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의미한다. 나이를 추하게 장식하면 노인은 기피의 대상이다. 하지만 나이를 아름답게 가꾸면 그 나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의 불꽃일 것이다. 철학의 낭만, 사색의 낭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노인 시절에 나타난다. 젊음은 피부와 에너지 그리고 재주로 아름다움을 표시한다. 노인에게는 성숙한 영혼과 절제된 매너 그리고 화려한 지식과 빛나는 지혜, 황혼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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