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여름이 주는 선물
[백세시대 / 금요칼럼] 여름이 주는 선물
  • 오경아 작가, 가든디자이너
  • 승인 2019.05.17 14:03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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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작가, 가든디자이너]

정원의 풀이 무성해진 걸 보니

여름이 시작된 걸 알게 돼

길어진 여름이 괴롭기는 하지만

신진대사 활발해지는 등 

여름의 선물 즐겨보시기를

5월에 접어들며 거실 남쪽 창으로 보이는 정원의 모습과, 화장실 쪽창으로 보이는 갈대 화단이 점점 무성해진다. 살짝 겁이 날 정도로 풀들의 성장이 하루가 다르다. 늘 그렇듯 정원은 4월까지는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될 것처럼 만만해 보인다. 

그러나 여름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식물들이 세력을 뻗치면서 내가 심었지만 내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거품 사그라들듯 잠잠해지면서 이내 곧 숙연해진다. 그리고 겨울은 내내 기다림이다. 뭔가 움트는 것들을 기다리며 곧 그날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반복되는 정원 시간 속에 나의 한 해도 함께 흘러간다. 

분명 나의 어린 시절 봄은 5월 말까지였다. 그런데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이라는 계절의 분류가 이제는 5월부터 9월까지 봐야 한다. 이 길어진 여름이 최근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중이다. 

정원의 시간 속에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걷잡을 수 없고, 가장 풍성하지만 가장 지저분해지는 시간인 여름. 하지만 여름이 주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선물도 있다. 식물들이 열매를 빠르게 맺으면서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다. 

가을, 겨울 동안 동물성 영양 섭취가 많은 상황에서 여름이 오면 각종 채소, 과일의 섭취로 저칼로리의 식단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이 주는 자연 다이어트가 일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물의 섭취가 많아지는데 하루 2리터 정도의 물을 섭취하게 되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돼 몸 안에 독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또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의 혈관도 약간씩 늘어나 동맥경화 혹은 심장 질환이 훨씬 줄어들고, 관절이나 뼈의 통증도 완화되어 류머티즘 등을 앓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편안한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여름의 선물은 또 있다. 햇볕에서 쏟아지는 자외선은 우리 몸 안의 콜레스테롤을 비타민D로 바꿔주는 일도 한다. 하루 10분 정도의 햇볕을 받게 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게 의학계 보고다. 

더운 날 바다를 찾는 일은 본능적으로 우리 몸이 여름의 혜택을 받으라고 시킨 일인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일은 온몸의 근육을 쓰게 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 된다. 하지만 수영까지는 아니어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좋다. 

바다를 보게 되면 우리의 뇌파는 명상할 때와 비슷하게 바뀐다. 바다의 푸른색 역시도 우리를 정서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주고, 바다의 향기, 바다의 소리 등은 우리의 신경계를 가라앉혀 걱정과 근심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바다에 서면 누구나 팔을 활짝 벌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동을 한다. 바다에는 음이온이 많은데 이걸 깊게 들이마시면 정서적으로 우울과 근심을 일으키는 호르몬을 밝은 에너지로 바꿔놓는다. 

이집트인들이 즐겼다는 ‘샌드 바스’, 우리 말로 바꾸면 모래 목욕도 우리 건강에는 아주 좋다. 15분 정도 뜨거운 모래 속에 몸을 묻고 있으면 피부조직의 죽은 세포가 제거되고 관절이 부드러워진다. 모래사장에서 ‘나 잡아봐라’를 하는 연인들의 놀이도 어쩌면 본능적으로 우리 몸이 이 놀이를 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래 위를 뛰는 일은 땅을 걷고, 뛸 때와는 전혀 다른 근육을 쓰기 때문에 안쓰던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그 외에도 여름의 선물을 즐기는 방법은 우리 가까이 아주 많다. 야외영화관에서 영화 보기, 주말농장에서 채소 재배하기, 지방 나들이 길에 그 지역 생산물로 만든 신선한 음식 먹어보기, 내가 직접 기른 허브를 이용해 나만의 차 만들기, 나무 그늘 해먹에서 낮잠 자기, 그리고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만들어 그 꽃을 꺾어 집안 탁자 위에 올려보기 등등. 

덥다고 에어컨이 켜진 밀폐된 실내 속으로 온종일 숨어 있지만 않는다면 이 모든 여름의 선물을 골고루 누릴 수 있다. 참고로 더워서 흘리는 땀은 우리 몸에 쌓이면 독이 되는 노폐물을 빼내는 즉효 약이다. 굳이 찜질방을 찾아가지 않아도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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