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 증가…“타인계좌로 돈 보낼 때 두 번 세 번 확인하세요”
착오송금 증가…“타인계좌로 돈 보낼 때 두 번 세 번 확인하세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17 14:35
  • 호수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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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계좌번호, 금액 등 잘못 입력한 착오송금 증가… 최근 연평균 2000억원 피해

수취인 반환 의무 없어 돌려받기 어려워… 소액이라 소송마저 포기

“숫자 하나 잘못 눌러서 3년 동안 고통 받고 있어요.”

김명애(가명‧63) 씨는 2016년 9월 새로 집을 계약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모바일뱅킹으로 집주인에게 1억원을 송금했는데 실수로 계좌번호 마지막 숫자 3을 8로 보고 잘못 입력한 것이다. 곧 실수를 알아차리고 은행에 연락했지만 이미 수취인이 1억원을 인출한 뒤였다. 결국 김 씨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해야 했다. 수취인은 횡령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착오 송금액 1억원 중 8000만원만 돌려받았다. 김 씨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이렇게 큰 손해를 입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고령층이 늘어난 가운데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취인이 돌려주지 않고 버티면 소송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5년간 착오송금 거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송금인의 실수로 송금액이나 수취 금융기관,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것을 ‘착오송금’이라고 부른다. 금융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3년 5만9958건이던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는 2017년 9만246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평균 피해액만 1925억4000만원에 달한다.

착오송금이 증가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등의 비대면 송금거래가 늘어난 것과 비례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일평균 인터넷뱅킹 이용실적은 1억1897만건, 52조1557억원에 달하며 모바일뱅킹 거래도 일평균 7462만건, 5조3435억원에 이른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간편송금 서비스로 강화된 편의성 역시 착오송금 건수를 높였다. 2016년만 해도 일평균 송금건수 15만3000건, 송금액 71억5000만원에 불과했던 간편송금 서비스는 지난해엔 140만6000건, 1045억5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여기에 위협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뱅킹 송금 과정을 간소화하는 추세라서 착오송금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연구원은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착오송금 건수 및 피해금액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절반 반환 못받아

착오송금 후 은행에 연락을 취하면 쉽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착오송금된 경우 많은 수취인이 공돈이 생겼다 생각하고 돌려주지 않거나 휴면계정 또는 연락처 변경 등 원인으로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기 때문에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2013∼2017년 5년간의 연평균 미반환 건수는 3만8050건, 금액은 881억6000만원에 달한다. 미반환율은 53.8%로 착오송금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돈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돈을 잘못 보냈을 경우에는 ‘착오송금 반환청구절차’ 활용하면 된다. 수취인이 돌려줄 의사가 있다면 은행은 송금인의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3일에서 7일 사이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9월부터 영업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콜센터에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개선됐다. 주말이나 휴일 등 영업시간 외에도 가능하다.

문제는 수취인이 거부할 때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착오송금이라도 수취인이 입장에선 예금채권이어서 잘못 보낸 사람은 수취인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갖게 될 뿐이고 돈이 보관된 은행을 상대로 직접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이르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수취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착오송금의 상당 부분이 소액이고 변호사 선임 등 소송에 따르는 비용을 생각하면 소송에 나서기도 힘든 형편이다. 실제 송금액 30만원 이하가 전체 착오송금 건수의 51.6%를 차지한다. 다만 수취인도 착오 송금한 돈을 임의로 사용하면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횡령죄가 성립한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발의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착오송금 피해구제를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 의사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발의안을 보면 1000만원 미만의 착오 송금거래 자금회수와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송금인에게 잘못 보낸 금액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매입해 수취인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대신 진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의 실수로 빚어진 일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반론도 거세 현재로선 이용자가 송금할 때 꼼꼼히 확인하고, 최소 3시간 이후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되는 지연이체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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