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강남대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학술대회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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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의 과제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를 지탱할 사회적 기반은 걸음마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도 개념정립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즈음 강남대학교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실버산업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현상과 일본의 ‘개호보험’ 등의 예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를 점검했다.

 

한국, 고령화 대처할 능력 충분 

 

미국 UCLA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페르난도 토레스-길(Fernando Torres-Gil) 교수는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현상:전 세계적 고령화에 대한 암시’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토레스-길 교수는 “한국과 다른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그 성격과 원인 면에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것과 여러 가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실현 과정에서 나타난 성공과 실패는 한국에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토레스-길 교수는 수명연장, 사망률 감소로 인한 노령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단정했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노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공적 및 사적 영역에서 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라는 것이 토레스-길 교수의 해석이다. 특히 현대화, 서구화, 경제성장 그리고 민주화를 경험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가족구조의 변화를 경험했고, 생활전반에 대한 기대수준이 향상돼 노년층과 다른 세대간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토레스-길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3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은퇴자협회(AAPR)를 주축으로 노년층의 정치참여가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노령연금제도와 사적 서비스 영역도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해 노년층이 커다란 고객층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노년층의 욕구에 비해 미국의 고령화 대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토레스-길 교수의 판단이다. 우선 세대간 의견대립과 예산문제가 발목을 잡아 정부의 노인복지프로그램들이 고비용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언했다. 토레스-길 교수는 “건강과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아이들과 젊은 가족구성원이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면서 노인과 청장년층 지원에 대한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에 따라 노령연금가치에 대한 제고와 부족한 재원을 할당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노년층에 진입했거나 앞으로 진입할 베이비 붐 세대가 가져올 문제라고 토레스-길 교수는 진단했다. 노년층이 급격이 증가하면 공적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이 사유화되고 노인들에 대한 공적 지원과 특혜가 축소되는 한편 연금 및 은퇴 후 건강 보호에 균형이 깨져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토레스-길 교수는 “미국의 상황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고령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며 “이러한 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와 도전의 계기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세계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고, 대중매체의 발달, 사고방식의 서구화 등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실버산업으로의 전환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노인과 여성의 사회적 공헌을 부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질병예방 속에도 기회는 있다 토레스-길 교수에 이어 동경 노인종합연구소 스즈키 다카오(鈴木隆雄) 부소장은 ‘고령사회에 있어 새로운 보건행정의 방향제시 : 개호예방활동의 중점화와 시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스즈키 부소장은 “일본의 경우 2000년 4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개호(介護)보험’이 시작됐다”며 “당시 평균수명은 남 78.07세, 여 85.02세였고, 노인인구가 약 2300만명으로 늘어나 고령화율은 18.5%에 달했다”고 밝혔다. 스즈키 부소장은 “허약고령자, 치매고령자가 급증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노인들을 보호하고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개호서비스를 선택, 사회보험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개호서비스는 보건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연계, 급여와 본인부담의 관계가 명확한 사회보험 방식에 따라 사회 전체가 고령자에 대한 요양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들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면서 스스로 부담하는 돈은 전체 비용 가운데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개호보험에서 지급된다. 재원은 65세 이상 노인들과 40~64세 의료보험 가입자가 낸 돈으로 절반을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가의 일반재정으로 채우고 있다. 65세 이상은 ‘제1호 피보험자’, 40~64세 의료보험가입자는 ‘제2호 피보험자’로 구분돼 각기 다른 혜택을 받는다. 제1호 피보험자는 요(要)개호 상태가 되면 무조건 보험급여를 받지만, 제2호 피보험자는 노인초기의 치매, 뇌혈관질환 등 노화가 원인인 15종류의 특정질환에 의한 요개호 및 요지원상태에 국한해 보험급여를 받는다. 스즈키 부소장은 “체력 등 일상생활기능, 넘어짐, 요실금, 저영양, 가벼운 치매, 발의 이상, 구강관리, 수면장해 등 종합적인 기준에 따라 ‘개호예방건진’(介護豫防健診) 검사를 받고, 이상이 있을 경우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스즈키 부소장은 “노인들은 주로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고, 몸에 이상이 와도 명확한 질병이 아니면서 증상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장해가 적기 때문에 예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등 관계기관은 노인건강을 해치는 위험인자를 명확히 규정해 대상을 확실히 하고, 효과적인 검진을 통해 다수의 검진대상자 중에 보호대상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스즈키 부소장은 강조했다. 특히 대상자 본인이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노인수발보험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예방 차원의 프로그램이 더욱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후 금융서비스도 실버산업

 

스즈키 부소장에 이어 AIG생명보험 방카슈랑스부 김명수 이사가 ‘고령화 사회의 파이낸셜 솔루션(Financial Solu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김 이사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저축률 감소, 세금 증가, 소비 및 투자 위축, 재정수지 악화 등의 이유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한 금융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도한 실물자산 중심의 노후준비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서양 선진국은 금융자산의 약 30%를 연금 및 보험자산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와 은퇴 이후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증가로 대표적인 고령화 대비 금융상품으로 개인연금이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수 이사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보완책을 확대하고, 금융서비스를 개선해 최적의 금융자산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고, 퇴직연금제도를 정착시키는 한편 역모기지제도 활성화, 노후의료보장 관련 보험체계 정비 등의 금융보완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위한 보완책이 금융서비스 분야의 실버산업”이라며 “정기보험, 종신보험, 연금, 주식, 투자신탁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마련되고 있어 고객이나 금융업계 모두 다양한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울산업대 공업디자인학과 고영준 교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국내 동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실버산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모든 사람들이 편리한 디자인’ 개념으로 1990년 초부터 시행된 미국의 장애인법을 계기로 공공건축, 환경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고영준 교수는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유용한 디자인 개념으로 편리성,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적은 물리적 노력, 오조작에 대한 허용, 접근과 사용이 용이한 크기와 공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팔을 넣으면 자동으로 혈압이 체크되는 디지털 혈압계, 빨래를 넣기 좋도록 입구를 비스듬히 기울인 세탁기, LED(발광다이오드) 신호등 및 전광판, 버스와 지하철의 교통카드 단말기, 계단의 휠체어 운반기기 등이 모두 유니버설디자인의 좋은 예다. 고영준 교수는 “교통시설과 수단, 공공건축물 등 모든 분야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는 만큼 더욱 활발한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며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궁극적으로 노인들도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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