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인천시 등 홀몸 어르신 위로하는 반려식물 보급
서울‧대구‧인천시 등 홀몸 어르신 위로하는 반려식물 보급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24 10:53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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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노인 54% “우울감 해소에 도움”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꽃‧열매가 있어 애착형성에 좋은 백량금, 아이비‧다육식물 등 인기

서울시, 올해 6000명에 보급… 대구 수성구, 집 방문 분재법 알려줘

서울·대구시 등서 저소득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반려식물 보급사업이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반려식물을 돌보는 모습.
서울·대구시 등서 저소득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반려식물 보급사업이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반려식물을 돌보는 모습.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주선(가명‧79) 어르신은 10여 년 전 남편이 떠난 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종종 가족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털 알레르기와 사료비 부담으로 반려견을 키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중 이 어르신은 지난해 함께 사는 단짝 친구가 생기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강서구로부터 백량금을 선물로 받아 키우면서 고독감을 덜어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된 것이다. 이 어르신은 “늘 집에 혼자 있는 것 같아 쓸쓸했는데 반려식물이 생겨서 외로움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에서 추진하는 반려식물 보급 사업이 우울감 감소 등에 큰 효과를 보이면서 저소득 독거노인 고독감 해소의 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식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경우 정서 안정 효과가 크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사료 구입도 적지 않게 드는데다가 단칸방 등 좁은 공간에 사는 저소득 독거노인이 돌보기에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반려식물은 적은 비용과 수고를 들이면서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정서적 안정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제거 등 공기정화 효과도 커 동물 대신 돌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반려식물로는 관리가 편하고 꽃과 열매가 있어 애착 형성이 좋은 백량금과 더불어 인도고무나무, 아이비, 스파트필름, 산호초, 다육식물 등이 인기를 끈다.

이런 반려식물을 가장 활발하게 보급하는 곳은 서울시다. 2017년 25개 자치구 2000명을 대상으로 처음 보급에 나선 서울시는 올해 기존보다 3배 많은 6000명을 선정해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시비 2억원, 구비 1억원으로 관련 예산을 대폭 확보해 사업 규모를 늘렸다. 그간 경험을 통해 반응이 좋았던 아이비·멜라니 고무나무·백량금 등을 자치구 사회복지부서의 추천을 받아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3년 차 사업이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반려식물 보급 사업 참여 노인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집계됐다. “실내환경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률도 64%로 조사됐다. ‘본 활동에 재참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53%, “대체로 그렇다”가 25%로 나타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또한 반려식물을 보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원예치료사가 정기적으로 자치구 생활 관리사와 동행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전화로 수시 관리를 진행해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려식물을 정성껏 가꿀 수 있도록 격려 차원에서 상장을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효과를 높였다.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반려식물 보급 사업은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삶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체계적으로 어르신을 돌보고 원예생산농가의 소득 증대, 원예치료사의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반려식물 보급은 고립된 노인들을 사회 밖으로 끌어내는 효과도 크다. 대구 수성구는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보급하는 것이 아닌 노인들이 직접 분재에도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초록빛 평생친구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내 23개 동의 홀로 사는 어르신 등 345명을 직접 찾아가 제주석과 풍란을 이용한 미니정원 만들기, 다육식물 분경(자연을 축소한 풍경) 만들기 등을 알려주고 있다. 참여 어르신들은 다육식물, 석창포 등을 개성 있게 분재하면서 햇볕을 얼마나 쬐어야 하는지, 물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등 공기정화 식물의 생태 이해하며 큰 만족감을 보였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잘 키운 분재를 모아 오는 10월에 작은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외롭지 않은 노년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 계양3동도 LH인천북서권 주거복지지사와 협약을 맺고 원예치료프로그램과 함께 반려식물을 보급해 호평 받고 있다. 5월 초부터 총 4회에 걸쳐 독거노인들에게 관엽식물 심기, 다육이 모듬 만들기, 토피어리 만들기 등 다양한 원예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는 법, 물주는 주기, 관리 방법 등을 소개하고 심은 화분은 각자 집으로 가지고 가서 배운 대로 기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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