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 대한노인회 강원연합회 춘천시지회장 “경로당 양곡지원 처음 제안…노인복지 해결할 때마다 보람 느껴”
이수홍 대한노인회 강원연합회 춘천시지회장 “경로당 양곡지원 처음 제안…노인복지 해결할 때마다 보람 느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5.24 13:11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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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빚더미 지회 정상화시켜… 전 경로당에 전자제품 완비

노인일자리 5000명 제공… 복지회관 수탁·운영도 맡아 

대한노인회는 2011년을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그 해에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노인회는 노인들의 친목 단체 수준에 머물렀다. 시·군·구 지회 사정도 비슷했다. 대한노인회 강원연합회 춘천시지회(지회장 이수홍)도 운영이 어려운 지회 중 하나였다. 빚이 수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던 지회가 빚 청산을 말끔히 하고 우수 지회로 거듭났다. 모두가 이수홍 지회장(76)의 헌신적인 희생과 결단에 의해서다.

지난 5월 중순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시민복지회관 2층에 위치한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연임 기간 중 쌓은 업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강원도가 산불피해 성금에 앞장서고 있다.

“춘천시지회도 약간의 성금을 냈다. 강원도에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연합회를 비롯해 지회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춘천시지회는 시청, 경찰청 등 기관·단체에서 쓰지 않는 물건과 의류 등을 기증 받아 일반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이번 산불피해 성금도 그 중 일부였다고 한다. 

-2016년 연임돼 7년째 지회를 이끌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지회에 와보니 6억4000만원의 빚이 있는 상태였다. 지회 내 상조회가 생존한 가입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이자 등을 얹어 지급하는 바람에 그렇게 적자가 불어난 것이다.”

-하루아침에 생겼을 리가 없었을 텐데.

“당연하다. 처음 적자로 돌아섰을 때 정기총회에서 보고가 됐더라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분회장이나 경로당 회장들도 알 도리가 없었다. 담당자들이 대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수당까지 챙겼을 정도였다.”

-어떻게 해결했나.

“전임 회장이 경로당마다 3구좌씩 가입을 유도해 그 수입으로 적자를 줄여나가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제가 나서서 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파산신청을 했다. 통장의 잔여금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상조회를 해산시켰다.”

-말은 쉽지만 어려움이 많았겠다.

“3년여를 소송에 시달렸다. 변호사 댈 비용도 없어 제가 직접 재판서류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잘 정도였다.”

이수홍 지회장은 한전에서 30여년 근무하며 노조위원장을 맡는 등 노조활동을 활발히 했다. 춘천시번영회 상임부회장, 춘천시혁신도시 미군부대 대책위공동대표 등 주로 사회의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투쟁했다. 춘천시사회단체연합회장, 소양강댐효나눔센터 대표, 강원도교육청 예산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춘천시 전체 인구 28만여명 중 노인인구는 4만여명이다. 춘천시지회는 25개 읍·면 분회, 353개 경로당을 두었다. 노인회원은 1만3000여명이다. 이 지회장은 복지회관도 수탁·운영 중이다.

-복지회관 관장 일까지 하느라 바쁠 것 같다.

“수자원의 지원을 받는 복지회관을 수탁·운영 중이다. 하루 300여명이 회관을 이용하고 2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한다. 춘천은 다른 지역보다 복지관이 많은 편이다. 문제는 복지관으로 노인들이 몰려 정작 경로당 회원이 늘지 않는다는 점인데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춘천시와 도의원이 전체 경로당에 TV·냉장고·전자렌지 등 전자제품을 넣어주었다. 올해도 5억4000만원의 예산을 전자제품 지원에 책정해주었다. 공기청정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수홍 춘천시지회장(중앙)과 임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기념촬영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으로 최윤길 지회 부회장, 최은희 사무국장.
이수홍 춘천시지회장(중앙)과 임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기념촬영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으로 최윤길 지회 부회장, 최은희 사무국장.

이수홍 지회장은 이어 “한궁도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경로당에 다 지원해주었으며, 오는 6월 5일, 지회장배 한궁대회를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게이트볼도 활성화된 것으로 안다.

“제가 춘천시게이트볼연합회장을 맡기도 했다. 시에서 대회 예산을 지원해줘 시장기, 지회장기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게이트볼 대회 운영에도 변화를 주었다. 선수들이 자기 게임이 끝나면 대회장을 떠나버려 나중에는 우승한 이들만 남아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그런 걸 막기 위해 경품 추첨을 시작했고 요즘은 마지막까지 다들 자리를 지킨다.”

-홍남기 부총리의 모친이 계시는 경로당이 있다고 들었다. 

“조운동경로당에 부총리 모친이 회원으로 계신다. 전에도 부총리 가족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음식, 과일 등을 가지고 와 대접하고 큰절을 하곤 했다. 지난번 부총리가 되자 부인과 아들, 며느리 등 가족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준비해온 음식을 대접했다.”

-노인 일자리는 어떤가.

“최근에 방송국 사장하고도 그런 얘기를 했다. 언론이 연일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고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지만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스스로 벌어서 쓰는데 사회에 누를 끼칠 이유가 없다. 노인에게 일자리만 제공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 지회는 5000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어떤 일자리들인가.

“경로당에서 80대 어르신들이 손수 밥 짓기가 힘들다. ‘행복도우미’라고 어르신들 밥도 해드리고 청소도 하고 한달 27만원을 가지고 간다. 기간이 9개월인데 시에 요청해 12개월로 연장했다. 아울러 일주일에 사흘 밥 먹는 것도 일주일로 해달라고 (시장에게)부탁해놓았다.”

경로당 양곡 지원도 이수홍 지회장이 집요하게 요구한 끝에 이루어진 산물이다. 이 지회장은 춘천시장과 교육감이 학교 급식 문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경로당 쌀 지원 내용의 성명서, 탄원서를 이들 기관에 냈다. 

이 지회장은 “사회발전과 국가수호를 위해 피땀을 흘린 어르신들이 정작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쌀을 주면 노인들도 좋고 농촌경제도 살아나는 길이라고 진정서를 써 중앙회와 복지부에도 전달했다”며 “노인복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노인이 천대 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노인이 손 벌리지 않고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다. 직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때 지회 운영도 잘 되는 법이다. 현재 복지회관 복지사들과 지회 직원은 하는 일이 같고 지회 직원도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임금 차이가 난다. 호봉제 적용을 받는 복지사들 수준의 대우를 받도록 시와 협의 중이다. 그리고 봉사하시는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들에게 전화비, 교통비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수홍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중앙회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중앙회가 비대해졌다. 지회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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