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5] 결초보은
[아하! 속담·성어 5] 결초보은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5.24 13:20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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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라도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는 뜻

‘수크령’이라는 풀을 묶어 위기에서 구해준데서 유래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될 때 다짐하는 말이 ‘결초보은’이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풀을 묶어 은혜를 보답한다는 뜻으로 죽은 뒤에라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에서 있었던 고사에서 나왔다. 위무자라는 사람에게 애첩이 있었는데, 평소 아들 위과에게 자기가 죽으면 애첩을 개가시키라고 일렀다. 그러나 막상 죽기 직전에는 순장시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한 말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평소에 했던 말에 따라 개가시켜 살려주었다.  

시골길이나 논밭 주변에 많이 자라는 수크령은 가을이면 주황빛 꽃이삭이 예쁘게 피어 계절의 정취를 안겨준다.
시골길이나 논밭 주변에 많이 자라는 수크령은 가을이면 주황빛 꽃이삭이 예쁘게 피어 계절의 정취를 안겨준다.

훗날 아들 위과가 전쟁에 나가 싸우다가 적군에 쫓겨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 노인이 적군이 탄 말들이 달려오는 길목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열심히 묶고 있는게 보였다. 조금 뒤 적군의 말들이 노인이 묶어놓은 풀에 다리가 걸려 모두 넘어졌고 위과는 이틈을 타 모두 생포해 기사회생했다.

그날밤 아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 이르기를 “나는 당신이 개가시킨 여자의 아버지요. 당신 부친이 정신이 맑을 때 한 말에 따라 당신이 내 딸 목숨을 구해줬기에 내가 보답을 한 것이오”라고 말했다. 여자의 죽은 아버지가 혼령이 되어 은혜를 갚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결초보은’이 유래했고 죽은 뒤라도 꼭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노인이 은혜를 갚기 위해 묶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풀은 수크령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중심으로 흔하게 자라는 벼과의 식물이다. 옛날 시골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 중에는 길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양쪽으로 묶어 달려오는 친구의 발이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있었다. 이풀도 수크령이다. 

약한 풀을 묶으면 다리에 걸려도 끊어져 버리거나 뽑히지만, 수크령은 억센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어른들도 뽑기 어렵다. 경사진 비탈길에 심으면 경관에도 좋고 장마철 토양유실도 막아준다. 8~9월이면 벼이삭처럼 생긴 15~25cm 크기의 주황빛 꽃이삭이 보기 좋게 피는 등 수크령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보은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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