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100세 장수는 요람에서부터 챙겨야
[백세시대 / 금요칼럼] 100세 장수는 요람에서부터 챙겨야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5.24 13:42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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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 발생 요인의 70%가

어린시절 형성된 습관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밝혀져

50대 이전부터 건강 잘 챙겨야

100세 장수의 행복 누릴 수 있어

장수는 일반적으로 오래 사는 것을 말하지만 몇 살까지 살아야 장수라 할 수 있는지 나이 기준은 없다. 2019년 현재 몇 살 이상이면 장수자라 할 수 있을까? 100세시대라 하지만 실제 100세까지 사는 사람은 2017년 현재 3907명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100세를 장수 기준 나이로 삼기에는 기준이 너무 높다. 

현재로서는 평균수명보다 10년 이상 살면 장수자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9년 현재 남녀 전체의 평균수명은 83세이므로 93세 이상의 장수자는 남녀 합해 약 8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를 고려하면 남자 장수자(90세 이상)는 4만5000여명, 여자 장수자(96세 이상자)는 2만4000여명으로 총 6만9000명 정도다.      

지금까지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하는 ‘장수’는 늙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며 사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늙은 상태는 나이 많아 심신의 기능이 쇠약한 노쇠(老衰: frailty) 상태를 의미한다. 노화(老化: aging)를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하면 노화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지만, 노쇠(frailty)는 많이 피해가거나 예방할 수 있다. 

100세시대의 장수는 “최소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각과 행동과 태도가 젊은이처럼 유연하고 열정과 호기심과 용기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나이로 정의한 우리나라 장수자 수는 훨씬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면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과 마음의 상태도 젊은이처럼 유연한 상태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의 시인 사무엘 얼만은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한 상태이고, 그러한 마음의 상태는 열정과 호기심과 용기와 상상력”이라 읊었다. 따라서 나이에 관계없이 열정과 호기심과 용기와 상상력이 있으면 언제나 청춘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평생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0대 이전에는 전염병, 부모의 적합하지 못한 건강상태, 영양 결핍이 영아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되고, 10대에서 30대에는 상해나 비전염(非傳染)의 건강위험 상태가 보다 더 큰 사망과 질병의 원인인 된다. 그리고 40대 이후부터는 비전염의 건강위험 상태가 주요 사망과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당뇨나 심장병 같은 만성 질병의 근본적 시작은 아동기나 그 이전인 유아기 내지는 영아기부터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 맥아더재단의 지원으로 1000명의 노인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정리하여 발간한 ‘성공적 노화’에서 성인병 발생요인의 70%정도가 유전적 요인이 아닌 생활양식(습관)과 환경의 영향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올바르지 못한 생활양식이 성인병 발생의 주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어린 시절부터 생애 전 과정을 통해 만성적 건강위험 요인을 예방하거나 발생한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말에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보고서에서, 50대 이전의 삶을 통해 70대 이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50대 이전의 삶에서 (1)안정적인 결혼생활, (2)어려움에 성숙하게 잘 대처하는 자세, (3)금연과 적절한 음주, (4)규칙적 운동, (5)적절한 체중 유지, (6)높은 교육 수준이라는 6가지 요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70세 이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6가지 요소는 개인적 노력으로 통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00세까지의 심신의 건강과 더불어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행복은 요람에서부터 시작하여 생애주기 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고 결국 노년기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장수’나 ‘100세’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직도 중년층이나 노년층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100세까지의 건강과 행복은 요람에서부터 전 생애주기 동안 계속 챙겨 나가야 한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중년 이후 어느 시기 또는 은퇴에 임박해서 100세 장수의 건강과 행복을 계획하고 준비하거나, 노후만을 위한 은퇴설계나 노후설계로는 100세까지 건강과 행복은 보장되기 어렵다.  

생애 각 주기마다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계획과 노력 없이 인생역전이나 요행이나 기적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는가? “어쩌다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은 결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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