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실금의 증상과 치료, 만성변비 방치땐 웃다가도 대변 새는 변실금 불러
변실금의 증상과 치료, 만성변비 방치땐 웃다가도 대변 새는 변실금 불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5.24 14:14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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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노화로 항문 괄약근이 느슨해지거나 신경 손상 등 원인은 다양

우울증‧피부감염 등 합병증도…치료와 케겔 운동으로 증상 호전

대전 중구에 사는 서 어르신(75)은 말 못할 비밀이 생겼다.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흠칫 놀라 화장실에 달려가면 실수한 흔적이 보여 좌절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언제나 모임을 주도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서 어르신은 이런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선뜻 병원에 갈 용기도 내지 못했다. 

증상이 지속되자 사람들에게 창피한 일이 생길까 봐 만남을 회피하게 되고,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서 어르신은 검사 결과 노인성 변실금 진단을 받았다. 

변실금은 대변이 새는 질환으로 화장실에 가기 전에 배변을 보게 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배변이 속옷에 묻어나오게 되는 질병이다. 항문 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져 가스가 나오는 가벼운 증상부터 액체 변이나 딱딱한 변이 저절로 나오는 증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노인질환 중 하나로 환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증상 발현이 잦고,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내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변실금 환자 중 71,8%가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증상을 숨기고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실제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실금의 원인

우리 몸이 배변 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직장이나 항문의 기능뿐만 아니라 직장감각신경 등 여러 기관의 조화가 필요하다. 음식을 섭취한 후 생성된 대변이 직장으로 내려오면 직장이 이완되면서 감각신경을 통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 이때 동시에 항문괄약근이 수축해 원하는 때에 자신의 뜻대로 배변할 수 있게 된다. 

대변을 참기 위해서는 직장, 항문, 신경계의 정상적인 기능과 조화가 모두 필요한데, 변실금은 이러한 신체적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되며, 그만큼 원인도 다양하다. 

항문의 괄약근은 치핵, 치열, 치루 등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하다가 손상되기도 하고, 출산 등 분만 과정에서 손상되기도 한다. 또 괄약근을 조절하는 신경이 손상됐을 때, 혹은 직장의 탄력성이 떨어져 대장에 찬 대변의 양에 대한 감각이 저하되었을 때도 변실금이 발생하게 된다. 

이밖에도 만성변비를 방치할 때에도 변실금이 발생될 수 있다. 변비를 방치했을 경우 다량의 단단한 대변이 직장에 정체하게 되고, 이 때문에 직장이 늘어나고 항문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변실금을 유발하게 된다. 또 어르신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항문괄약근이 느슨해지는데, 만성 변비까지 방치하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 최유아 과장은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며 “방치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실금은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일으키며, 증상이 심해지면 기저귀를 착용하는 등의 불편을 초래한다. 또 항문 주변에 변이 남아 피부감염이나 방광염 등의 질병을 일으키거나 여러 피부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변실금의 진단과 치료

변실금을 진단하려면 우선 증상의 정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묽은 변에만 조절이 안 되는 건지, 딱딱한 변까지 조절이 안 되는지, 변의 굳기는 어느 정도이고, 얼마 만에 한 번씩 배변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변이 배출될 때 인지가 가능한지 아닌지, 병이 현재 생활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 배변 습관이나 변실금의 정도를 파악한 후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다. 

항문내압검사를 통해 항문 내‧외 괄약근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근전도 검사를 통해 괄약근의 수축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또 항문초음파를 통해 항문괄약근의 손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배변촬영술을 통해 배변이 어떻게 배출되는지 확인하는 등 검사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변실금이 심할 때는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은 피하고, 커피나 맥주, 유제품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 배변 습관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한데, 대변 보는 시간과 횟수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구마나 채소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 변비나 설사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운동 요법도 효과적이다. 항문, 질, 요도를 수축했다 이완하는 케겔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 

최근엔 항문과 직장의 감각을 향상시키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많이 행해지고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항문에 전기 센서가 달린 기구나 풍선을 삽입해 항문 근육을 강화하고, 직장의 감각을 되살리는 일종의 재활치료를 말한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직장 감각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직장의 감각에 따라 항문 괄약근을 조절하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은 치료법을 병행했는데도 변실금 증상이 악화된다면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괄약근 부위를 꿰매주는 괄약근 성형술이나 다리 근육을 이용해 괄약근을 만드는 항문 괄약근 재건수술 등이 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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