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대신 TV로 신년인사하는 대한노인회 용인 기흥구지회
연하장 대신 TV로 신년인사하는 대한노인회 용인 기흥구지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31 10:50
  • 호수 6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TV 셋톱박스’로 새 경로당 문화 만들어 화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클라우드‧동영상플레이어 결합한 장치… 영상물 경로당서 동시 상영

지회 특강, 경로당 행사 등 영상콘텐츠 제작‧보급… 경로당 교류 활성화

경기 용인 기흥구지회가 클라우드·동영상플레이어 등을 결합한 ‘M-TV 셋톱박스’를 활용해 새로운 경로당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 화제다. 사진은 조영재 기흥구지회장이 ‘M-TV 셋톱박스’를 활용해 경로당서 활발히 하고 있는 치매극복체조를 시연하는 모습.
경기 용인 기흥구지회가 클라우드·동영상플레이어 등을 결합한 ‘M-TV 셋톱박스’를 활용해 새로운 경로당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 화제다. 사진은 조영재 기흥구지회장이 ‘M-TV 셋톱박스’를 활용해 경로당서 활발히 하고 있는 치매극복체조를 시연하는 모습.

지회장이 수천명의 경로당 회원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새해인사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간과 예산 제약 때문에 하더라도 경로장 회장 등 일부만 초청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한 곳,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지회장 조영재)를 제외하고 말이다. 올해 초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 180개소 경로당 회원들은 조영재 지회장과 얼굴을 맞대고 새해 인사를 했다. 물론 직접 마주본 것은 아니다. ‘M-TV 셋톱박스’를 통해 송출된 조 회장의 신년인사 영상을 보며 한 해를 시작했던 것이다.

기흥구지회가 관내 230개 경로당 중 180여 개소에 설치한 ‘M-TV 셋톱박스’가 새로운 경로당 문화를 만들며 주목받고 있다. 

판교의 한 벤처회사가 개발한 ‘M-TV 셋톱박스’는 동영상 파일 등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동영상을 재생해주는 미디어 플레이어 등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지회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클라우드에 올리면 셋톱박스가 설치된 경로당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유튜브 역시 시청할 수 있도록 해 활용성을 넓혔다.

기흥구지회가 ‘M-TV 셋톱박스’를 도입한 건 2017년 말이다. 경로당에 보다 많은 여가문화프로그램을 보급하고 회원들을 위한 알짜 정보 제공에 고민하던 찰나 셋톱박스를 개발한 벤처회사의 제안을 받았다.

단, 셋톱박스는 단독으로는 활용할 수 없고, 와이파이 등 인터넷 환경이 꼭 필요했다. 문제는 경로당에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려면 매월 2만원 내외의 비용이 추가돼 운영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흥구지회는 관내 경로당 중 80% 이상이 아파트 경로당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경로당은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운영비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데 이중 하나가 IPTV 등 인터넷 환경이다. 즉, 셋톱박스만 설치하면 180여개 경로당에서 매달 추가비용 없이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M-TV 셋톱박스’가 실용성과 활용성을 갖췄다고 판단한 조 지회장은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섰고 7000만원의 도예산을 받아 개당 30만원의 셋톱박스를 경로당에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사용법을 교육했고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로당이 늘어나고 있다.

셋톱박스를 설치했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닌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TV가 있다 해도 볼 게 없으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조 지회장을 비롯한 지회 직원들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매주 3~4개 이상 유용한 콘텐츠를 발굴‧제작해 업데이트 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28일 지회를 방문했을 때도 새로운 콘텐츠를 막 업데이트한 직후였다. 현재 M-TV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건강프로그램, 지회장 특강 및 교양강좌, 공지사항 및 경로당 소식 등이다. 이중 건강프로그램은 치매극복체조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내용과 유명 의사들의 건강 강의 등으로 구성돼 인기가 높다. 조영재 지회장은 “경로당에 회원들이 모이면 가장 먼저 체조부터 하고 시작할 정도로 풍경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지회와 경로당이 콘텐츠 생산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유익한 교양강좌의 경우 소수의 회원들만 듣고 끝나는 일이 많았다. 

지회에서는 매 특강이 있을 때마다 강사의 동의를 얻어 이를 촬영했고 M-TV 셋톱박스를 통해 회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때 회원의 재능기부로 핵심 내용만 간추려 편집하고 자막 등을 넣어 이해도를 높여 호평 받고 있다.

경로당에서도 행사가 있을 경우 자신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해 지회에 제보를 한다. 이후 지회에서는 해당 영상을 역시 편집해 셋톱박스를 통해 공유해 자연스럽게 경로당과 경로당의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정수조 기흥구 마북동 삼성래미안1차경로당 회장은 “무료함에 화투를 치던 회원들이 이를 멀리하고 ‘M-TV 셋톱박스’를 보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공부를 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각종 필요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달해 참여율과 전달성을 높인 것도 큰 효과다.

조영재 지회장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도를 높여서 적은 예산으로도 수십개의 경로당 여가문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효과를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