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협착증, 뇌에 피 공급하는 혈관 막혀… 방치 땐 뇌졸중 위험
경동맥협착증, 뇌에 피 공급하는 혈관 막혀… 방치 땐 뇌졸중 위험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5.31 15:08
  • 호수 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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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혈관에 지방 쌓이며 좁아져… 악화될 때까지 자각증상 거의 안 나타나

음주‧흡연 즐기는 50대 이상 남성 요주의… 만성질환자 미리 검사를

인천에 사는 이 모(58) 씨는 어느 날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시야가 까매지는 증상이 생겼다. 몇 초에서 몇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고, 3개월에 3~4회 정도 나타나곤 했다. 빈번한 것이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간혹 어지럼증이 동반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이 씨의 증상을 듣고 혈관 CT(컴퓨터 단층촬영)검사를 실시했고, 경동맥 근위부(아랫부분)에 심한 협착을 발견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편이어서 치료가 가능했고, 이후 3개월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목을 지나 얼굴, 두개골 내로 들어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으로 목의 좌우에 있는 혈관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 벽 안에 지방이 축적되고 근육 세포들이 증식되면서 혈관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특별한 통증이나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뇌경색과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환자 스스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7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경동맥 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3년 3만7401명에서 2017년 6만8760명으로 지난 5년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5배 많았으며, 50대부터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목을 지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으로 경동맥 벽 안에 지방이 축적되고 근육 세포들이 증식되면서 혈관이 좁아지면 경동맥협착증이 발생할 수 있다. 

◇경동맥협착증의 증상

경동맥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내경동맥과 두피와 얼굴에 혈액을 공급하는 외경동맥으로 나뉜다. 외경동맥은 좁아지거나 막히더라도 다른 혈관을 통해 비교적 풍부하게 혈액이 공급되므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에 혈액 공급이 감소하게 되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파이프에 이물질이 껴 좁아질수록 물 공급이 잘 안 되는 것처럼, 혈관이 좁아져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게 되면서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심할 때는 뇌세포가 죽게 되면서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경동맥협착증은 뇌경색에 이르기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에 진단하기가 어렵고, 발견되었을 때도 특별한 통증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간혹 경고등을 울리는 것처럼 특이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병증이 없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 또는 손과 발에 힘이 없어지고 안면 마비 등의 증상이 생길 때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는 “특히 50대 이상 남성 중 오랫동안 흡연을 했다거나 음주를 즐기는 사람,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치료하고 있다면 어지럼증이나 앞이 순간 안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동맥협착증의 진단과 치료

경동맥협착증은 방치하다가 갑자기 뇌졸중 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먼저 경동맥 협착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초음파 검사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경동맥 혈관 초음파는 경동맥협착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검사로 협착의 정도나 협착 부위 등을 비교적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동맥으로부터 뇌혈관에 이르기까지 혈관 및 주변 조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CT검사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CT검사를 할 때 투여하는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이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검사 후 경동맥협착증 진단이 나온 환자는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 확장술이나 직접 동맥경화 찌꺼기를 제거하는 내막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먼저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확장하는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나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들에게 시술된다. 경동맥 내로 미세 도관과 미세 철사를 이용해 풍선을 위치시키고, 풍선으로 협착 부위를 확장한 후 스텐트를 거치하는 방법으로 회복이 빠른 편이다. 수술했을 때 위험이 따르는 환자들에게 많이 선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 받는 환자가 연간 3500~4000명 정도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특히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의 경우는 시술 기구들이 점차 발전하면서 전체 환자 중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경동맥을 직접 절개해 동맥경화성 물질이 쌓인 혈관 내막을 제거하는 수술로 경동맥 협착증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고준석 교수는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대부분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나 다른 합병증이 심한 환자들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텐트 확장술보다 수술 후 재협착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동맥협착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유용한 치료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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