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기고] 국회의원의 ‘막말’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백세시대 /기고] 국회의원의 ‘막말’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정용쇠 서울 은평구
  • 승인 2019.06.07 11:14
  • 호수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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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서양에선 행복하고 우리나라에선 궁핍하다는 말이 있다. 인생2모작을 넘어 인생3모작을 하지 않으면 노후에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필자 역시 나이 팔십이 넘어 미수(米壽)에 가까워지면서 병고와 빈곤에 시달리면서 신문과 TV시청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몸은 비록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청춘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런 와중에 한 무소속 의원의 기사를 보면서 낯이 뜨거워졌다. 해당 의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 특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나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제 아버지를 물어뜯는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쟁의 요소로 아버지까지 끌어들인 것에 대해서 자식으로서 충분히 분노하고 할 수 있는 말이니까. 하지만 해당 의원은 “그때 니들 아버지는 뭘 하셨냐”며 사족을 붙여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았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씨가 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등 우리나라에는 유독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이 많다. 속담이 명언처럼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뱉은 것이 아닌 선조들의 오랜 경험이 축적돼 자연스레 생겨났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지식이다. 

나라를 이끌어나갈 위정자일수록 더욱더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막말들을 보고 있으면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잇달은 설화(舌禍)로 대중의 눈밖에 난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네’라는 막말을 하며 또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모 의원은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고도 했다.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OECD 회원국이면서 세계 주요 20개국의 모임인 G20 소속으로 동서양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 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할 법한 소리는 아니다. 시정잡배들이 술에 흥건히 취해서 할 법한 소리를 우리나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소리 중 하나가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대표한다”이다. 본인이 막말을 할 때마다 떨어지는 건 국민의 인격이라는 것을 늘 상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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