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의 증상과 치료…내게만 들리는 ‘삐’ 소리, 치료 시기 놓치면 난청 악화
이명의 증상과 치료…내게만 들리는 ‘삐’ 소리, 치료 시기 놓치면 난청 악화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6.07 14:08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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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청력이 떨어지거나 달팽이관 손상 등이 원인… 의사에 증상 잘 설명을

만성 증상엔 이명 상쇄시키는 재활치료… 상담 치료도 병행해야

경기도 일산에 사는 오 씨(68)는 몇 달 새 안 좋은 일이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 이어졌다. 그 무렵부터 오 씨는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맞추는 것 같은 ‘삐’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삐’ 소리가 들렸다가 매미 우는 소리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처음엔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잠깐씩 이어졌는데, 잠들 때도 들려서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고, 사람들과 대화 나눌 때도 집중하지 못하는 등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은 오 씨는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이명 진단을 받았고, 약물 등으로 치료하는 중이다. 

이명은 외부에서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귀에서 특정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혼자서 벌레 우는 소리, 바람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휘파람 소리, 맥박 소리 등이 귓속에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이 소리들은 하나의 소리로만 들리기도 하고, 높낮이가 다른 음이 섞여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사람의 약 95%가 20데시벨(dB) 이하의 미세한 이명을 느낀다. 그러나 이명 진단을 받을 때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다. 이때 이명 증상은 스트레스나 불면증의 원인이 되고, 집중력 저하나 두통 등의 증상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회복되지 않거나 난청 등으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명의 원인과 증상 

이명은 크게 난청과 연관돼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이명과 인체 내부에서 실제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체성감각성 이명 등이 있다. 감각신경성 이명은 노화로 인한 것이 가장 흔하고, 소음으로 인해 귀의 가장 안쪽 부분인 ‘내이’가 손상됐을 때 나타난다. 또 만성 중이염 때문에 달팽이관이 손상되거나 이어폰 음량을 너무 크게 해놓고 자주 들었을 때 감각신경성 이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청력 저하가 없는 체성 이명의 경우에는 목이나 턱 부위의 근육이나 인대 이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명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스트레칭해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체성감각성 이명은 실제로 신체 내부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로 고막 주변의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혈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명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나타나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피로하거나 신경 쓸 때 가장 많이 나타나며, 조용할 때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또 긴장이 풀려있을 때 악화되는 환자들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송재진 교수는 “최근에는 청력이 나빠지면서 원래 자신이 들을 수 있었는데 못 듣게 되는 소리가 생겼을 때 그만큼의 소리를 뇌에서 만들어서 이명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명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가 자신이 느끼는 현상을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귀에서 들리는 소리와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하고, 이명이 인지되었던 시기를 기록해두는 것도 좋다. 또 증상이 돌발적으로 나타났는지, 천천히 악화된 것인지를 아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는 고막 검사나 난청의 유무와 형태를 확인하는 순음청력 검사, 이명을 객관적인 수치로 정량화하는 이명도 검사 등을 실시한다. 

◇이명의 치료

지속적으로 이명이 나타난다면 너무 조용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적절한 외부활동을 동반하는 것이 좋다.  

이명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때는 중이염이나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같은 귀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명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이나 난청,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살피는 게 좋다. 

송재진 교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청력이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상이 이명이므로 이명 자체보다는 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 때문에 이명이 발생했다면 해당 질병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은 후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 진정제 등을 함께 처방받을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이 수면을 촉진하고 짜증을 줄이는 작용을 해 이명이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잠자기 직전에 소량을 복용하면 이명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많은 이비인후과에서 급성 이명 증상이 나타날 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성 이명인 경우에는 스테로이드제보다 이명 재훈련 치료 등을 꾸준히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명 재훈련 치료는 재활훈련의 일종으로 습관화 과정을 통해 이명을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하도록 적응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에서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일을 집중해서 하다 보면 전혀 거슬리지 않게 된다. 이처럼 어떤 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의미가 없어지고 감지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위해 귀 울림소리와 거의 유사한 주파수를 가진 잡음을 제공해 이명을 상쇄시켜주는 기능을 가진 이명 차폐기나 보청기 등의 기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상담치료 등을 통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키는 치료를 병행한다. 이렇듯 다양한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 방법으로는 중이재건수술과 내이절제수술, 선택적 전정신경절제술 등이 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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