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진천군지회 등 노인자살 줄이기 위해 다각적 노력
고양시·진천군지회 등 노인자살 줄이기 위해 다각적 노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14 13:22
  • 호수 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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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알선하고 이동 상담버스 운영… 노인자살 예방에 효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진천군지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손잡고 고위험군 상담‧취업 연계

고양시, 토닥토닥버스로 경로당 등 돌며 우울증 검사 진행해 호평 

우리나라 10만명당 노인자살률 감소세… 2년새 18.6% 줄여

한때 OECD 평균의 3배를 웃돌았던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최근 지자체들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가 우울증, 스트레스 검사 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토닥토닥 버스와 이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때 OECD 평균의 3배를 웃돌았던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최근 지자체들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가 우울증, 스트레스 검사 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토닥토닥 버스와 이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지난 6월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서정마을1단지경로당에 낯선 버스 한 대가 나타났다. 얼마 뒤 경로당 어르신들이 파랑과 핑크색으로 알록달록한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버스에 탔던 어르신들이지만 내릴 때는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고양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노인자살 예방을 위해 운영하는 ‘토닥토닥 버스’에서 우울증‧스트레스를 검사한 후 상담까지 마치고 마음 한켠에 쌓였던 짐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양옥순(77) 씨는 “최근 자녀들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버스 상담을 통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노인 자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보건소,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자는 58.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8.8명)의 3배를 넘었다. 다행히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숫자는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다. 6월 1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펴낸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노인 자살자는 인구 10만명당 47.7명으로 확(18.6%) 줄었다.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지만 노력들이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2011년부터 맹독성 농약 생산과 판매가 중단된 뒤 특히 농촌지역 노인의 충동적 자살이 일정 부분 예방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7.7%), 건강문제(27.6%)가 가장 컸고 배우자‧ 가족‧지인과의 갈등(18.6%), 외로움(12.4%)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지회장 박승구)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고려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진천군지회가 진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와 손잡고 진행하는 노인자살예방 프로젝트 ‘일자리 잡(job)고, 희망 잡고’는 관내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일자리와 연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승구 지회장은 “60~70대 자살자 중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프로젝트 이름처럼 일자리를 제공해 자살 원인을 제거해 희망을 드리는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천군지회는 6월 중 센터와 함께 위험군으로 추정되는 100명의 노인들에게 우울증‧스트레스 검사를 진행한 후 20명을 선발해 5주 동안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프로그램 종료시점에 맞춰 각 개인에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해 연계해 줄 예정이다.    

고양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자살예방기관을 찾기 어렵거나 꺼려하는 노인들을 위해 이들이 많이 모이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직접 찾아가는 ‘토닥토닥 버스’를 운영해 호평받고 있다. 

‘토닥토닥 버스’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정신건강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양시에서 올해 3월부터 운영하는 버스다. 스트레스 측정을 위한 뇌파 및 맥파 측정기 등 기본적인 상담시스템을 갖추고 선별검사 및 상담 등을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발굴해 전문상담 및 치료 연계,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날 약 40명의 어르신들이 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고위험군 대상자는  주민센터와 자살예방센터에서 추후 사례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병무 고양시 서정마을1단지경로당 회장은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않으며 마음이 병들어 가는 회원들이 많았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 경북, 울산 등에서는 자살예방센터와 약사회가 손잡고 노인 자살고위험군 발굴체계 마련을 위해 생명사랑약국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약국은 주민들과의 밀착도가 높고 의약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계해 자살을 예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생명사랑약국 사업은 이런 이점을 십분 활용해 약사들을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경기 의정부시는 지난달 의정부시약사회 소속 지역약국 총 175곳을 생명사랑약국으로 지정했다. 약사들은 노인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해 검사를 받고 자살 징후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1대 1 멘토링을 통해 예방에 나선 곳도 있다. 충남 아산시는 공모를 통해 5개 민간단체와 손잡고 멘토 1069명을 위촉하고 오는 11월까지 취약계층 대상으로 가정방문, 말벗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노인자살예방 멘토링 사업을 진행한다. 선발된 멘토들은 자살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 교육을 수료해 자살 징후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춘데다가 단순한 안부 확인이 아닌 건강, 수면, 우울감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효과를 높일 예정이다.

김은태 아산시보건소장은 “노인자살예방이라는 뜻깊은 사업에 참여하는 멘토들에게 감사하며 아산시 자살률 감소와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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