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나라 좋은 나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나라 좋은 나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14 13:51
  • 호수 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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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톱 가수들만 겨우 만석을 채울 수 있다는 영국 웸블리 구장에서 공연을 하며 무려 이틀이나 만원을 기록한 방탄소년단(BTS). 월드컵 다음으로 가장 큰 축구대회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팀 주축선수로 뛴 손흥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세계 최고 야구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현재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투수인 류현진, 그리고 U20 월드컵 결승진출. 

불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연이어 전해진 소식들에 이질감을 느낀다. 요새 필자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내가 30여년 간 알았던 한국이 맞나’이다. BTS 외에도 수많은 K팝 스타들이 전 세계에 수천만에 팬을 거느리고 있고 외국인들은 화장품, 가전제품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사려고 한국에 몰려온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교사들 대부분은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고 가르쳤다. ‘메이드 인 코리아’ 대신 ‘메이드 인 재팬’이나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 제품을 선호했다. 필자가 중학생 때 학생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은 휴대용 CD‧카세트 플레이어였다. 이때에도 삼성 제품보다는 소니 제품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더 선망의 대상이었다. 때마침 IMF 구제금융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열등감은 더 커졌다. 이미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그다지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다행히 대한민국은 IMF에서 돈을 빌린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갚았고 1만 달러 아래로 뚝 떨어졌던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주변 열강의 극한 대립에 치여 경제 상황이 힘들고 소득 양극화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집값 때문에 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당히 OECD와 G20 회원국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이미 한국은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만 유독 자신들의 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필자 역시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란 표현을 쓸 때마다 ‘이래도 되는가’라고 수차례 생각했다. 객관적 자료를 들여다본 ‘머리’는 선진국이라고 확신하지만 어려서부터 학습 받은 열등감으로 가득한 ‘마음’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동요 가사처럼 잠꾸러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물론 흠결도 있다. 다만,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에 합류한 미국도 일본도 완벽하지 않다. 문제점은 서서히 바꿔나가면 된다. 바꿀 저력도 충분하다. 기름 범벅으로 오염된 태안 앞바다를 회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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