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삼형제
막내 : 오빠, 저 창문 너머에 고래가 살아?
오빠 : 응, 고래보다 큰 상어도 살아
막내 : 작은 오빠도 알아?
작은 오빠 : 상어보다 무서운 전기뱀장어도 있어
막내 : 글쿠나, 뱀장어가 쩨일 무서워
어디에서 날아온 풀씨였을까. 인공 잔디 위에 어린 풀이 자라고 있다. 손수건만큼 뚫린 문을 향해 자꾸 몸을 뻗으며 키를 키우고 있다. 혼자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일까. 문 너머 키 큰 나무는 무성하고 환한데 도란거리는 말소리가 저 문을 벗어나 허공으로 흩어진다.
남가지몽(南柯之夢), 한 바탕 꾼 꿈처럼 덧없을지라도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저 삼형제의 삶이 우리의 생이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봄꽃 다 지고 무성한 여름, 열매가 익어가고 민들레 홑씨는 바람에 날려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시기. 어떤 이는 또 짐을 꾸리고 새로운 희망을 안고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지도 모른다. 한 알의 열매이든 한 톨의 씨앗이든 한 사람의 생이든 모든 살아있는 목숨에게 경배를 보내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살아가라고 인사를 건네는 하루.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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