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탄조끼’ 입은 풍산홀딩스, 일감몰아주기 저격 공정위 칼날 피할까
[기획] ‘방탄조끼’ 입은 풍산홀딩스, 일감몰아주기 저격 공정위 칼날 피할까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06.1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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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고문 변호사 문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삼성家‧현대家 아우르는 화려한 인맥 구성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과거 신라시대는 권력과 지위를 공공히 하는 데 결혼을 이용했다. 혈연 간 결혼도 흔한 일이었으며 그것은 진골을 더 ‘진골스럽게’ 만들었다. 서로의 권력을 등에 지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면에서 풍산그룹은 현대판 진골이다. 풍산그룹은 혼맥과 인맥으로 정‧재계와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 현대까지 얽혀 풍산그룹이 입은 탄탄한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풍산그룹은 혼맥과 인맥으로 정‧재계와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걸고 있다.
풍산그룹은 혼맥과 인맥으로 정‧재계와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걸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돼온 중견그룹 풍산그룹이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산 5조~2조원 규모 중견그룹에도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확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풍산홀딩스는 2008년 풍산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내부거래 비중에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4년 들어 최고조를(80.09%)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61%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현행법이 인정하는 내부거래 비율(30%)에 한참 못 미친다.

풍산그룹은 류진 회장 일가가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를 지배하고 또다시 자회사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총수회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풍산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풍산(37.74%)을 비롯한 풍산특수금속(95%), 풍산네오티스(50%), 풍산메탈서비스(100%), 풍산화동양행(75%) 등 총 8개(손자회사 포함) 등이 자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풍산은 풍산그룹의 주력 회사로 한국조폐공사가 지정한 ‘소전(동전에 무늬를 넣기 전 상태)’과 군용탄약을 만드는 세계적인 방산업체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류진 회장은 풍산홀딩스 3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류 회장 부인 노혜경(미국명 헬렌 노)씨와 아들 류성곤(로이스 류)씨, 장녀 류성왜씨가 각각 3.36%, 1.98%, 1.98%를 소유해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한 40.05%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류진 회장 일가는 이처럼 지배구조를 통해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받고 배당액을 늘리고 있다. 풍산홀딩스는 2016년 1400원, 2017년 1800원에 이어 지난해 1700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현금배당성향이 2.9%에서 4.5%로 증가했다.

풍산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으로 여러 번 지목됐지만 한 번도 규제를 받은 적은 없다. 공정거래법 23조의 2(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김상조 위원장이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선언했지만 [백세시대] 확인 결과 풍산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는 아예 시작되지도 않은 것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풍산홀딩스 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풍산그룹 주력회사인 ㈜풍산이 방위산업을 하고 있는 만큼 영업비밀이나 국가보안상의 문제로 그 매출이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매출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업체 등과의 협력이나 신사업 개척 등을 통한 전체 파이 키우기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재계 인맥으로 담금질한 권력 갑옷

풍산홀딩스의 내부거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풍산홀딩스의 내부거래 산출 결과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81.6%(915억 원)을 기록해 당시 70개 중견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내부거래를 나타냈다. 

풍산그룹을 법망에서 벗어난 기업이라고 정당화하더라도 총수일가와 관련된 의혹들이 제대로 회자된 적이 없다. 여기에는 류 회장의 정치색깔을 넘나드는 넓은 인맥과 혼맥으로 인연이 된 재계와의 연이 전혀 관련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류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노신영 전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류청씨는 6개월 만에 파경을 맞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와 결혼했던 사이다.

류진 회장은 노신영 전 총리의 막내딸인 노혜경씨와 결혼해 새로운 인맥을 쌓게 됐다. 노 전 총리의 장남 노경수 씨는 故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딸과 결혼했고 노 전 총리의 둘째아들 노철수 씨는 홍진기 전 내무장관의 막내딸인 홍라영 씨(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인 홍라희의 동생)와 결혼했다. 이로써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인 현대와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류진 회장(사진)은 풍산의 과거 고문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을 만큼 넓은 인맥과 혼맥으로 정‧재계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출처=연합뉴스)
류진 회장(사진)은 풍산의 과거 고문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을 만큼 넓은 인맥과 혼맥으로 정‧재계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류 회장은 풍산의 과거 고문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89~1990년 노동자 해고로 크게 논란을 일으켰던 풍산 사태 당시 두 사람은 같은 편에 섰었다.

류 회장 아들 Royce Ryu, 병역 회피 의혹

류진 회장 일가의 풍산그룹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이외에도 미국 초호화 저택 구입과 관련한 비리와 류 회장의 아들 류성곤(Royce Ryu) 씨의 병역 회피 의혹으로 비난받고 있다.

류진 회장의 부인인 노혜경 씨는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호화 콘도를 1125만5500달러에 매입해 뉴욕시 등기를 마쳤고 2002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호화주택을 1천만 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문제는 노 씨가 주택 매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명의를 바꿔 계약서를 작성했고 대외적으로 주택 주소도 비공개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노 씨가 양도세마저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회장의 아들 Royce Ryu, 류성곤 씨의 한국 국적 포기와 병역 회피도 논란의 핵이다. 풍산그룹의 후계자로 예측되는 류성곤 씨는 2014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당시 류씨는 국방의 의무를 담당해야 할 나이인 22세였다. 방산업체인 풍산그룹의 예비 후계자의 병역 회피 의혹은 경영자로서의 자질로 보더라도 향후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풍산홀딩스 관계자는 “류성곤 씨의 미국국적은 현재도 유효하다”며 “풍산그룹 주식은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에는 현재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또한 노혜경 씨의 미국 호화주택 매입과 관련해서는 "회사와 관련 없는 부분이며 개인취득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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