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우 대한노인회 안양시동안구지회장 “최연소라 어르신 봉사 오래 할 수 있어 좋기만 해”
임헌우 대한노인회 안양시동안구지회장 “최연소라 어르신 봉사 오래 할 수 있어 좋기만 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6.21 14:18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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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57세 때 경로부장으로 노인회 인연… 웃음치료강사로 뛰며 프로그램 60개 돌려

요양원 못 갈까 걱정하는 노인 많아… 일정 나이 되면 국가가 질환 확인·입원시켜

임헌우(69세) 대한노인회 경기 안양시동안구지회장은 1950년 생으로 245개 지회장 가운데 최연소이다. 임 지회장은 “2년 전 지회장 선출 당시 최연소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지회장 직무 수행에 나이가 적다고 특별히 단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회장들 모임에서 현안을 논의할 때 젊은 층의 식견을 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제게 의견을 묻기도 하고 제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 지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며 사회복지사 석사학위를 땄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노인복지전문가이다.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안양시 동안로에 위치한 노인종합복지관 1층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젊은 지회장의 패기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안양시 동안구는 어떤 곳인가.  

“안양시는 동안·만안 등 2개 구가 있다. 전체 인구는 60만여명이며 동안구가 31만여명으로 (만안구보다)조금 많다. 경로당은 133개, 대한노인회 등록회원은 1만여명이다.”

임 지회장은 “1990년대 초 만해도 논바닥이었던 이곳이 개발돼 신도시가 됐다”며 “자유·중앙·학의 3개 공원과 관악·삼성·모락산 등 3개 산에 둘러싸여 공기가 맑고 인덕원·평촌·범계 등 3개 지하철역이 들어서 있어 교통입지도 좋다”고 말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30여개 시립경로당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아파트경로당이다. 시설도 좋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까지 안마의자, 한궁, 노래방 기기, 공기청정기 보급을 마쳤다.”

-특색 있게 운영하는 경로당은.

“지난해 시범사업의 하나로 1, 2층 구조의 경로당 한 곳을 개방했다. 남성회원이 거처하는 2층을 개방해 어린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대형 TV를 갖춰 놓고 저녁에 영화도 상영하고 발마사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젊은 층도 모이더라. 성과가 좋아 올해는 시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8~9개로 확산할 계획이다.”

임헌우 안양시동안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앞줄 맨왼쪽이 정종배 사무국장.
임헌우 안양시동안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앞줄 맨왼쪽이 정종배 사무국장.

임 지회장이 역점을 두는 사업 중 하나가 경로사상 배양이다. 동안구지회는 해마다 어버이날 복지회관 광장에서 경로당 회장과 총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등 5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를 해오고 있다. 이날 시장, 국회의원, 시의장, 시의원 등 내빈들이 노인들에게 일일이 꽃을 달아드리고 다과를 제공하고 초청가수들의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임 지회장은 “내빈들의 인사말에 앞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사는 어르신이나 치매부모를 모시는 효자·효녀를 먼저 소개한다”며 “젊은이들이 오다가다 노인을 대접하는 행사 광경을 지켜보면서 은연중에 경로사상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제가 국제로터리클럽에 관여하는데 여성 로터리클럽에 부탁하면 그분들이 밤새 카네이션을 만들어 가지고 온다. 구정이나 추석 때도 독거 어르신들 거처를 방문해 절하고 기념품도 전달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던 시절 안면이 있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기념품을 보내준다.”

-노인 취업에 강한 것으로 안다.

“2016년 목표치(96명)를 267.7% 초과 달성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400여명을 취업시켜 전국 취업왕을 수상했다. 작년에도 목표치보다 200% 가까이 달성해 장려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 일자리 사정은 어떤가.

“지난해 지하철 스크린도어 공사가 완료되면서 안전도우미였던 노인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올해 목표(230명)를 배 가까이 올려 400명에게 취업을 알선해줄 계획이다. 올해 노인 일자리는 총 600개이다.” 

임 지회장은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잠시 지방 농협에서 근무하다 안양에 자리를 잡았다. 쌍용(주)의왕레미콘회사 대표(4년)를 마치고 57세에 동안구지회 경로부장으로 들어갔다. 2017년 5월, 지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성결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60 이전에 노인회에 들어간 계기는.

“제가 30대부터 천주교 봉사활동을 했다. 염도 그때 배워서 했다. 아름답게 늙고 편하게 삶을 마감해야 하는 게 인생이라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고생한 흔적이 선명한 노인의 고요한 얼굴을 보면서 소외되고 불행한 노인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제가 기업을 운영할 때 주로 노인복지에 지원을 집중했던 사실을 알고 있던 시청에서 노인회 봉사를 권했다.”

-경로부장 시절 어떤 일들을 했나.

“2008년 노인회에 들어가 보니 직원이 저하고 지회장, 사무국장, 총무부장, 취업지원센터장 등 5명이었다. 8~9년간 경로부장을 지냈다. 당시만 해도 지회에서 경로당을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구청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30개를 받아다가 제가 직접 강사로도 뛰면서 60개까지 늘렸다.”

-어떤 프로그램 강사였나.

“교통안전과 웃음치료였다. 제가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협회에 소속돼 강사로 활동을 오래 했다. 요즘 출연료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제동씨가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다.”

-지회장 선거에 나선 배경은.

“경로부장으로선 한계를 느꼈다. 어르신 복지를 확대하고자 해도 지회에서 뒷받침이 안 돼 지회장으로서 좀 더 큰일을 하고 싶었다.”

-전국 최연소 지회장으로 알고 있다. 장·단점은 무언가.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활동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단점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로당 회장은 물론 지회장들도 한참 위인데.

“예의를 갖추고 대하면 문제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지회장들 모임에서 제가 나이가 좀 적다는 이유로 제 의견을 들어보고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복지를 전공한 학자로서 바람직한 노인복지라면.

“치매에 걸렸다고 했을 때 자녀들이 요양원에 보내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현재는 등급 판정을 받은 이에 한해 요양원에 갈 수 있다. 그러지 말고 국가가 개별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다 일정 나이에 이르면 검사를 통해 질환이 확인되면 요양원에 보내는 제도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임헌우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지난 2년여 지회장으로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어르신 건강관리이다. 경로당 회장, 총무는 물론 독거 어르신들의 성함과 주소지를 기억하고 있으며 어느 분이 어디가 아픈지도 다 체크하고 있다. 안양시의 튼튼병원, 중화병원(한·양방), 우리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어르신의 질병 치료에 도움을 많이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내 희망이라면 의료진이 특정한 날을 정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진료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과 현재보다 1만명 이상 회원을 더 늘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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