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행복을 경쟁하는 SNS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행복을 경쟁하는 SNS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1 14:25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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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사람들 중에는 카페인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름만 보면 카페인이 많이 첨가된 커피를 마시지 못해 벌어진 금단 증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SNS 때문에 등장한 말이다.

여기서 카페인은 대표적인 SNS서비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카페인 우울증은 이런 SNS를 통해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보면서 본인은 불행하다고 느껴 우울한 감정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필자 역시 한동안 SNS에 공을 들였지만 2년 전부터는 완전히 손을 놓았다. SNS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거의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살아온 날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은 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마치 일기를 쓰듯 꼬박꼬박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SNS를 끊었다. 카페인 우울증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SNS를 하려는 의도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좋았다. SNS를 중단하면서 멀어진 지인들이 많을 정도로 인간관계를 다지는 데 SNS 만한 게 없다. 다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리기 위해 포장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얼굴을 보다 아름답게 포장하는 사진 어플을 사용하거나 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변을 꾸미는 일에 염증이 생겼다.

무엇보다 행복을 경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싫었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누군가는 햄버거를 먹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햄버거로 때워야 하는 것에 절망한다. 자신이 모은 돈으로 경차를 산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차밖에 타지 못해 불행한 사람도 있다. 문제는 SNS에서는 이런 행복이 계급화 됐다는 것이다. 1인분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햄버거를 먹는 사람보다 낫고, 자동차 값이 올라갈수록 행복도도 높아진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확산된 것이다. 카페인 우울증도 여기서 생긴 것이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을 하긴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SNS를 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월등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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