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독자기고] 할머니와 정보지
[백세시대 / 독자기고] 할머니와 정보지
  • 이영숙 수필가
  • 승인 2019.06.21 15:04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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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는 여러 종류의 정보지가 진열대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길 가던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10여 부나 되는 신문을 주섬주섬 뽑아서 옆구리에 끼고 급히 사라진다. 떳떳치 못한 행동인지 눈빛이 불안해 보인다.

누구나 생활정보지를 한번쯤은 접해 봤을 것이다. 단어 그대로 서민의 정보와 소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직장을 바꿀 때,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셋집을 구할 때, 매매를 원할 때도, 중고 생활용품을 사고팔 때도, 작은 사무실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인력을 구할 때도, 구직을 원할 때도 이용하게 된다.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행사도 광고해준다. 짤막한 생활 속의 이야기나 미니 칼럼도 실려 있어 정보지의 식상함을 덜어주기도 한다. 우리 집도 이런저런 일로 정보지 애독자다. 

개중에는 ‘정보지를 무단 수거하지 말 것’이라는 호소문 같은 글도 실려 있다. 좀 전에 남루한 옷차림의 그 노인은 꼭 정보가 필요해서 신문을 뭉치 째로 걷어 가진 않았을 것이다.

건물 모퉁이에 세워둔 낡아빠진 손수레에 큰 소득이라도 생긴 듯 파지가 실린 수레를 어기적거리며 끌고 간다. 오늘날 우리네 노인들의 자화상이다. 언제부턴지 파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식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차량이 물결치는 도로 위를 신호까지 무시하며 곡예하듯 질주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보는 사람 마음이 모두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맨몸으로도 힘든 연세에 맘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 수레를 끌고 다니는 걸 보니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소외계층이 더 많고, 추위에 떨며 배곯는 노인이 많다. 파고다공원에서 한 끼니를 책임져 주는 일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노인을 위한 정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외로운 실버들이 험난한 세파에 밀려다닐 것이다.  

선진국처럼 노동력이 있을 때 세금을 많이 물려서라도 노후를 책임져 주는 제도를 일찍 모방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약하나마 기초연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힘없는 노인들은 그도 저도 아니다. 

미흡한 사회보장제도는 앞으로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르신이 대접받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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