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북유럽국가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나
[백세시대 / 금요칼럼] 북유럽국가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나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6.21 15:08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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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모델 그대로 도입은 불가

그들의 활기찬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높은 사회신뢰도 등

성공요인을 우리 것과 접목해

새로운 한국형모델 만들어야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가 중심이 된 북유럽국가는 경제 활력과 균등한 분배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국가 순방을 계기로 이들 나라의 성공 요인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북유럽국가는 오랜 기간 공통의 역사, 문화, 그리고 종교적 기반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과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국가만을 위한 의회인 북유럽이사회(Nordic Council)와 집행기구인 북유럽 각료회의(Council of Ministers)를 상시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와 사회분야에서도 매우 유사한 정책을 구사해왔는데 국제사회는 이를 ‘노르딕 모델(Nordic Model)’이라고 부른다. 그 내용은 경제정책은 철저히 시장원리를 적용하여 혁신을 통한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복지정책은 보편주의 원칙하에 높은 수준의 ‘사회안전망’을 정부가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조세 부담률이 높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정부를 완전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내각책임제와 정당 투표제를 기본적 정치체제로 채택함으로써 개별 정치 활동을 위한 정치자금 의존도가 낮다. 또한 정당 간 연합이 집권의 필수요건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정치권에서 토론과 타협으로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누가 집권하더라도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 노조가 앞장서서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전통마저 확립되어 있다. 이는 북유럽국가들이 경제적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기업이 혁신을 통해 활기찬 경제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경제와 복지 부문에서 이룬 좋은 성과는 이들 국민의 생활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여러 국제기구 조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 역시 1960년대 이후 수출산업 진흥을 통한 고도성장과 비교적 양호한 분배라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분배구조도 악화되면서 출산율 급감, 자살률 증가 등이 새로운 정치사회적 도전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간 중심의 포용적 발전’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의 하락, 수출 및 투자 감소, 경상수지 악화, 정부부채 증가 등 핵심 경제지표들이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관련 지표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국민의 행복감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북유럽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을 가능케 했던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치체제를 똑같이 복사해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 요인 중 배워야 할 것은 우리 것과 접목해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세계화의 가속화라는 대외여건과 민주화된 대내정치·사회 여건에 맞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개발·정착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필자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에서의 정부 개입을 대폭 줄이고 경제는 철저히 시장원리로 움직이는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기업에 도움을 주는 개입은 특혜를 준다는 오해 때문에 꺼리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와 간섭은 지속했기에 기업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 보다 확실하고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사회복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복지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복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하나, 문제는 복지정책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방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당들은 선거에서 단순히 표만 의식한 단기적 복지공약을 내놓는 대신, 세계화와 민주화라는 새로운 추세에 부합하는 중장기 복지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다듬는 구체적 실무 작업은 집권 후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고 공청회를 통해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추진하면 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일이다. 복지는 재정 확대를 불가피하게 하고, 이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이 정치권과 정부가 제시한 정책을 신뢰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에 관한 이념적 논쟁 대신에 정확한 현실 상황 인식과 전문가들의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책개발과 그 내용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정책과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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