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1 15:25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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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구입

외국으로 유출됐다가 미국 경매시장에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와 인장(印章·도장)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백자 이동궁(履洞宮)명 사각호’와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온라인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각각 사들여 국내에 들여왔다고 6월 19일 밝혔다.

이동궁과 중화궁에는 모두 궁(宮)자가 들어가는데, 궁은 왕실 가족이 쓰는 공간에 붙인 명칭이다.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자와 공주, 옹주가 혼인한 후 거처한 집도 궁으로 불렀다.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 아래)와 중화궁인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 아래)와 중화궁인

재단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구매한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는 높이가 10.2㎝이며, 왕실과 관청에서 쓴 백자를 만든 경기도 광주 분원 관요에서 1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에 청화기법으로 ‘이동궁’(履洞宮)이라는 푸른색 글자를 썼다.

이동궁은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 태어난 딸이자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의 동복동생인 숙선옹주(1793 ∼1836)가 ‘이동’으로 시집갔다는 기록이 있어 숙선옹주 궁가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이동은 오늘날 명보아트홀이 있는 중구 초동 일대다.

왕실 개인 인장으로 보이는 ‘중화궁인’은 손잡이가 상서로운 짐승인 서수(瑞獸) 모양이다. 재단은 미국 본햄스 뉴욕 경매에서 이 인장을 구매했다. 도장을 찍는 면인 인면(印面)에는 전서(篆書·조형성이 강한 중국 옛 서체)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혼용해 중화궁인(重華宮印)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정사각형인 인면은 한 변이 7.2㎝이며, 높이는 6.7㎝이고, 무게는 861g이다.

‘중화궁은 조선 헌종 시기에 인장에 관해 설명한 책인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과 ‘승정원일기’, ‘일성록’에서 확인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책 ‘당시품휘’(唐詩品彙)에 '중화궁인'과 동일한 장서인(藏書印·소장자가 찍은 도장)이 존재한다.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중화궁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중화궁은 창덕궁 중희당(重熙堂)을 포함해 동궁을 아우른 이칭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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