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칠드런 액트’, 소년을 죽음에서 살린 판사와 그 선택이 빚은 파장
영화 ‘칠드런 액트’, 소년을 죽음에서 살린 판사와 그 선택이 빚은 파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1 15:26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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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 때문에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의 사건 다룬 법정 드라마

교리와 개인의 행복 중 무엇이 우선인가 등 선택에 따른 책임 ‘공감’

영국 대표작가 이언 매큐언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을 살린 판사의 결정이 빚은 파장에 대해 다룬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영국 대표작가 이언 매큐언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을 살린 판사의 결정이 빚은 파장에 대해 다룬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나 바람 피울 것 같아.”

언론의 큰 관심을 받은 판결을 막 끝낸 유능한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 분)에게 대학교수 남편 ‘잭’(스탠리 투치)이 건넨 말이다. 가정과 일 중 후자를 선택해 집중했던 피오나로 인해 두 사람은 근 1년간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 이에 성욕을 억눌러야만 했던 잭은 욕망을 해소하는 것과 가정을 지키는 것 중 전자를 선택한다. 선택과 선택이 엇갈려 혼란스러운 와중에 피오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한 소년의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떠안은 피오나 판사는 또 다른 선택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영화 ‘칠드런 액트’ 이야기다.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과 이 소년의 생명을 결정해야 하는 판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칠드런 액트’가 오는 7월 4일 개봉한다. 영국의 대표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번 작품의 제목은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The Children Act)에서 따왔다. 아동법은 만18세 미만 미성년자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할 것을 명시한 법이다. 

갑작스런 통보와 함께 떠난 남편 때문에 혼란해진 마음을 추스른 피오나는 수혈을 금기하는 종교 교리를 맹신하는 소년 A의 사건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백혈병에 걸린 소년 A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혈이 꼭 필요하지만 소년 A(핀 화이트해드 분)는 이를 한사코 거부한다. 소년A의 실제 이름은 애덤이지만 재판에선 인권보호 차원에서 A라고 부른다.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병원은 아동법을 근거로 수혈을 할 수 있게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고 피오나가 결정권자로 나선 것이다. 

종교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애덤 측과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종교의 편향된 가르침 때문에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병원 측의 팽팽한 의견을 듣던 피오나는 애덤의 선택까지 들어본 후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선언한다. 

곧장 병원으로 향한 피오나는 자신을 마치 ‘신’처럼 떠받드는 애덤과 대화를 나눈다. 잠시 동안의 만남을 통해서 그가 살고 싶어 한다고 판단한 피오나는 수혈을 허락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정은 피오나의 삶에 묘한 균열을 가져온다. 

중대한 결정을 마친 피오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남편의 외도로 뒤숭숭해진 상황.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뜻밖에 사람이 찾아온다. 소년 A로 불리던 애덤이 나타난 것이다. 애덤의 등장이라는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선택지를 받은 피오나는 갈등에 빠지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이번 작품은 먼저 종교적 신념과 개인의 행복 중 무엇이 우선인지 묻는다. 영화 초반 수혈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병원 측과 환자 측이 각각 내세운 주장들은 선뜻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도 절반 이상이 크리스천과 불교신자일 정도로 종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적 병역거부로 인해서 때로는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작품은 애덤의 결정을 통해 어느 것이 맞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또 무조건 결정을 내려야 만하는 판사, 피오나를 앞세워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의 무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피오나는 법의 집행자로서 늘 어려운 판결들을 해야만 한다. 심장이 하나 뿐인 샴쌍둥이를 수술해 한 명이라도 살리냐 아니면 그냥 놔두냐 등 명백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어려운 결정을 늘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 선택으로 인해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피오나 뿐만 아니라 사람들 누구나 마찬가지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결정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결정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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