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의 증상과 치료, 환자 70% 이상은 완치 가능
뇌전증의 증상과 치료, 환자 70% 이상은 완치 가능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6.21 15:37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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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뇌신경세포 이상으로 발작… 뇌졸중 등 뇌질환 있을 때 발생위험 높아

1차 발작 후 방치 땐 두 달 뒤 2차 발작… 약물치료로 호전되는 경우 많아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노 어르신(73)은 왼쪽 발끝으로 전류가 오는 것처럼 찌릿한 느낌이 들더니 몸이 조금씩 떨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곧이어 통제할 수 없는 발작 증상이 시작됐다. 노 어르신의 경우 다행히 소파에 앉아 있어 다른 외상이 없었다. 한 번의 발작 이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두려운 마음이 들어 병원을 찾지 못하고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외출했을 때 두 번째 발작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병원을 찾은 노 어르신은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생긴 돌발적인 기능장애가 일으키는 발작성 뇌질환이다. 이전에는 간질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간질에 대한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어 있어 환자와 가족이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대한뇌전증학회는 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2009년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명칭을 공식 변경했다. 

뇌전증은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거나 의식을 잃는 병으로 10대 이전에 발병하거나 60세 이상 노인 연령층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2015년 기준 뇌전증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70대 이상이 가장 많았고 10대가 그 뒤를 이었다. 노인 연령층에서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뇌졸중이나 퇴행성 뇌 질환의 증가와 관계가 깊다. 뇌졸중 등 뇌질환이 뇌전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뇌전증은 전 세계 인구 1000명 당 2명 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통계 수치가 나타나는데 뇌전증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고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의 원인과 증상 

우리 뇌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데, 이 전기 흐름이 어떤 이상에 의해서 스파크가 일어날 때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뇌의 스파크에 의해 발작이 재발되는 상태를 뇌전증이라고 할 수 있다. 

뇌에 전기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뇌 외상이나 뇌졸중, 뇌종양 등이 있다. 또 치매의 경우 뇌전증의 발생 위험을 5~10배 증가시킨다. 일부 환자들은 유전에 의해 뇌전증이 발병되기도 한다. 그러나 뇌전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 중에는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생긴 돌발적인 기능장애가 일으키는 발작성 뇌질환이다. 발작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부분발작과 전신성발작으로 분류된다.  그림=대한의학회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생긴 돌발적인 기능장애가 일으키는 발작성 뇌질환이다. 발작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부분발작과 전신성발작으로 분류된다. 그림=대한의학회

뇌전증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다. 발작의 정도에 따라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아예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듯 뇌전증은 발작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부분발작과 전신성 발작으로 분류된다. 

정기영 교수는 “부분발작의 경우 뇌손상의 정도가 미약하지만, 광범위한 부위에서 발작이 진행되고, 지속될 때는 뇌손상 위험이 있다”며 “전신 발작 상태가 5분간 지속되면 임상적으로 뇌전증 지속상태로 평가되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의 경우 어딘가를 멍하게 응시하거나 입을 쩝쩝 다시는 등 의미 없는 활동을 반복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자면서 한쪽 팔다리를 떨거나, 반복해서 잠꼬대처럼 신음을 내뱉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고 일어났을 때 몸에 자신도 모르는 상처가 있거나 이부자리가 많이 흐트러져 있고, 대소변을 지린 흔적이 있다면 뇌전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전증의 치료

뇌전증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약물치료를 받을 때 피부발진이나 피로 및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환자 개개인별로 가장 적합한 항경련제 종류 및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초기에는 한 가지의 항경련제로 시작하고, 경과에 따라 약물의 종류와 복용량을 조정한다. 

환자 대부분은 약물치료로 증상이 개선된다.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약물로 조절되더라도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담당 의사가 약물치료보다 수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뇌전증의 원인이 뇌종양이나 뇌 혈관기형 등인 환자 중 종양이 진행되거나 뇌출혈의 위험성이 판단되는 등의 경우엔 수술을 한다. 

정기영 교수는 “모든 뇌전증 환자의 70~80%는 약물‧수술치료로 완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20~30% 정도라고 본다”며 “불치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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