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칼럼-고지식 산업
초대칼럼-고지식 산업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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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 환율 급락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업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대응책 마련에 서두르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똑같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충격을 잘 흡수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외부 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은 한 기업이 지닌 지식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올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용 상승 압력을 받을 때,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게 높은 기업은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되는 것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Powers-hift)」에서 ‘지식이야말로 모든 자원의 궁극적인 대체재’라고 말했다. 예컨대 에너지 절감 기술이라는 지식이 석유라는 한정된 자원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들 저마다가 지식 축적의 중요성을 외치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하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지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지식을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이다. 앨빈 토플러는 저(低)지식 기업의 특징으로 정신노동의 대부분이 상층부의 소수인원에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구성원에게는 생각이 필요 없는 단순 업무가 주어질 뿐이다.


최근 세계자동차 업계의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도요타는 이런 점에서 고(高)지식 기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정예 직원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는 타 업체들이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도요타를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일시적으로 능가한다 해도 그것이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지식은 정해져 있다는 시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행적 인재확보 방식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이유이다. 다분히 공급자 중심의 논리다. 반면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는 3M은 다양성(Diversity)을 유난히 강조하는 기업이다.


보이던 보이지 않던 시장에는 항상 기회가 존재하는데, 이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들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차별적인 가치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3M의 주장이다.

 

이때 다양성은 고정관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항상 새로운 시각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식이란 정형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선험적으로 유용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식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가 고(高)지식 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정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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