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기흥노인복지관, 동물 간식전문점 ‘장수하개’ 문 열어
용인기흥노인복지관, 동물 간식전문점 ‘장수하개’ 문 열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8 14:29
  • 호수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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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위한 수제간식 만들고 길고양이 돌보고…반려동물시대 뜨는 노인일자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관악구, 길고양이 먹이 챙겨주는 노인일자리 만들어

반려동물 1000만시대에 들어서면서 동물을 타깃으로 한 노인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 ‘장수하개’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과 직접 만든 제품들.	사진=조준우기자
반려동물 1000만시대에 들어서면서 동물을 타깃으로 한 노인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 ‘장수하개’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과 직접 만든 제품들. 사진=조준우기자

지난 6월 2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식품전문점에서 김덕희(61) 어르신이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김 어르신이 밀가루로 틀을 만든 후 그 위에 소고기, 고구마, 피망을 올려 만든 건 피자였다. 당장이라도 입에 넣고 싶을 정도로 맛깔나 보이는 이 피자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반려견 전용 수제간식이다. 김 어르신은 “강아지, 노령견 등을 돌보는 견주들이 안심하게 먹일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단골손님이 늘어갈수록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인구가 1000만을 넘어서고 관련 시장도 매년 성장하는 가운데 동물들과 상생하는 노인일자리가 속속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수제간식을 만들거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등 기존 일자리와 다른 아이디어로 등장과 동시에 호평 받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2017년 2조3000억원에서 2023년 4조6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으로 커질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학교법인 강남학원‧강남대학교와 경기 용인기흥노인복지관은 지난해 10월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장수하개’ 1호점을 열었다. 건사료 등 기본적인 공산품도 판매하지만 핵심은 재료준비부터 제작까지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든 수제간식이다. 오픈 전부터 김 어르신을 포함 12명의 어르신과 기흥노인복지관 직원들은 수제간식 학원에 다니며 제작비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면서 레시피를 늘려나간 어르신들은 가게 문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이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오면 어르신들은 이를 손질해 제작한 후 판매까지 도맡는다. 닭, 오리, 소고기 등 익숙한 재료부터 캥거루 갈비, 소간, 메추리, 상어연골 등 이색적인 재료 등은 대부분 건조식품으로 제작한다. 또한 피자, 곰탕 등 굽거나 삶는 제품도 많아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수십종에 달한다. 

동물간식이라고 해서 대충 만들지 않는다.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고 방부제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모든 제품을 정성스럽게 만드느라 실제로 근무 시간 내내 앉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손님이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30여명이 찾고 단골도 늘었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도 시작했고 주문량도 매월 증가추세다. 

기흥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지역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형 노인일자리의 주목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청은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물어뜯어 악취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린 길고양이를 돌보는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관악구는 그간 6000마리로 추산되는 관내 길고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양이급식소와 함께 길고양이 전용화장실을 설치해 민원 해결에 공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개체수 조절을 위해 매년 수백마리 고양이에게 중성화수술(TNR)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400건에 달했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을 큰폭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급식소 관리가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쳐 또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악구청이 찾은 해법이 공익형 노인일자리다. 올해 3월부터 염원자(72) 어르신 등 6명을 선발해 올해 11월까지 일주일에 9시간씩 관내 길고양이를 돌보도록 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하루에 3시간씩 일하고 월 27만원을 받는다. 

참여 어르신들이 아파트 단지의 외진 곳 등에 설치된 급식소를 돌면서 사료에 든 이물질을 제거하고 빈 물통을 채운 후 어질러진 주변을 꼼꼼히 청소한다. 이로 인해 길고양이들도 보다 건강하게 사료를 섭취하게 됐고 주민들도 고양이 급식소를 점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염원자 어르신은 “사료그릇이 완전히 비워져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주민들과 길고양이들이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시니어클럽이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공감&펫’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떠올랐다. 반려동물카페는 수십 년 전부터 운영돼 왔지만 노인일자리와 결합한 것은 ‘공감&펫’이 최초다. 현재 65세 이상 10명의 어르신이 주 2, 3회 하루 4시간씩 일하면서 월 35만원 안팎을 받는다. 

특히 ‘공감&펫’은 웬만한 동물병원보다 나은 목욕 및 호텔 시스템을 갖췄다. 목욕은 스파(물의 열‧부력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과 피부를 관리하는 방식) 기능 욕조와 물기를 말리는 드라이룸을 이용하는 데 1만2000원. 온도 조절이 가능한 동물호텔(16실)은 12시간 1만5000원, 1개월(1일 12시간 기준) 45만 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하다. 24시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서비스로 서서히 입소문도 타면서 추후 5명 정도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김정혜(67) 씨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데다 지난해 딴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어 안성맞춤형 일자리”라며 “보다 많이 알려져 강아지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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