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단원구, 어르신들 대상 3D펜 활용 정보화교육 호평
경기 안산시 단원구, 어르신들 대상 3D펜 활용 정보화교육 호평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8 14:33
  • 호수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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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펜만 있으면 못 만들게 없어… 요즘 기술 대단”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누구나 도면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 3D프린터 개념 이해에 도움

지난 6월 2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된 ‘3D펜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자신만의 청사초롱을 만들고 있다. 	사진=조준우기자
지난 6월 2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된 ‘3D펜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자신만의 청사초롱을 만들고 있다. 사진=조준우기자

“‘펜’으로 청사초롱을 만들 수 있을 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지난 6월 2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에서 만난 박태조 어르신은 자신이 만든 청사초롱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단 한 번도 공예품을 만들어본 적 없던 박 어르신은 이날 두 시간 동안 공을 들여 티라이트 양초를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청사초롱을 뚝딱 만들어냈다. 박 어르신은 “‘3D펜’을 잡고 도면을 따라 필라멘트를 녹인 것뿐인데 근사한 결과물이 나왔다”면서 “취미생활로 즐겨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3D펜을 활용한 정보화교육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3D펜은 접착제의 일종인 글루건과 비슷한데 3D프린터에도 사용되는 지름이 3mm인 가느다란 막대기 모양의 필라멘트를 원료로 사용한다. 펜을 작동하면 필라멘트는 최고 270도의 고열을 받고 액체처럼 녹는다. 녹은 필라멘트는 펜촉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굳는데 이를 활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펜의 가격도 5만원~1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고 필라멘트 역시 1롤(1만원 내외)을 구매하면 여러 개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

단원구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3D펜 교육’에 나선 건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서다. 단원구는 그간 경로당 등 노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장소에서 ‘찾아가는 맞춤형 정보화교육’을 진행해왔다. 컴퓨터 등을 다룰 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워드, 엑셀 등 문서 프로그램 사용법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생전 처음 컴퓨터를 접하는 어르신들이 쓸 일도 없고 재미도 없는 문서 프로그램에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교육에 애를 먹었다. 곧잘 따라오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왜 이걸 배워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단원구는 어르신들이 흥미를 끌만한 정보화교육 방법을 물색하다가 지난해부터 ‘DIT SW교육연구소’(이하 DIT)와 손을 잡았다. 유아, 장애인,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흥미 중심의 정보화교육을 진행해 노하우를 갖춘 DIT는 로봇코딩수업을 진행했다. ‘코딩’이란 잘모르는 단어가 들어가 난색을 표했던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입력한 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관심을 가졌고 문서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단원구는 DIT와 함께 한발 더 나아가 ‘3D펜’을 활용한 정보화교육에 나섰다. 6월 5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되는 이 교육은 3D펜을 활용해 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내용을 알려주는데 있다. 물론 3D펜과 3D프린터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필라멘트를 녹여서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공예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총 3기수를 뽑아 기수별로 2주 4회(월‧금)차로 진행된 교육에서 어르신들은 먼저 3D프린터의 개념과 3D펜 사용법을 배운다. 3D펜의 최고 장점은 도면만 있으면 유치원생들도 입체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면 사과를 만든다고 하면 도면을 먼저 그린 후 필라멘트로 외부 윤곽선을 먼저 그린 후 안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 입체도 마찬가지로 평면작업을 먼저 한 후 이어붙이기만 하면 돼 손재주가 전혀 없어도 된다.

황해순 DIT 대표는 “수전증이 있는 어르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면서 “결과물 역시 다 달라 자신만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3D펜은 순간적으로 200도까지 올라가 손으로 만지면 화상에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작업에 집중해야 하고 실제로 어린 학생들 중에는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3D펜 교육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손을 많이 사용하고 입체제품을 만들 때는 머리도 계속 써야하므로 치매예방 효과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10여명의 어르신들은 저마다 원하는 색의 필라멘트를 이용해 자신만의 청사초롱을 만들어나갔다. 미리 준비해준 도면을 따라 형태를 만든 후 내부를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공예품을 만드는 수업은 시끌벅적한 경우가 많은데 2시간 가까이 조용한 가운데 진행될 정도로 집중도가 높았다. 이렇게 완성된 청사초롱은 같은 도면을 가지고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르신들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었다. 

최보옥 어르신은 “강사님들이 사용방법을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고 막힐 때마다 친절히 알려줘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선긋기 등 도안을 따라 작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계속 배우고 싶을 정도로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단원구는 이번 교육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어르신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정보화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인희 단원구 행정지원과 전산통신계장은 “어르신들이 정보 소외 계층으로 몰리지 않게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로봇코딩 등 4차 산업혁명 체험·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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