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한슨 : Impossible is Possible’ 전…상상을 사실적인 사진예술로 구현한 환상의 세계
‘에릭 요한슨 : Impossible is Possible’ 전…상상을 사실적인 사진예술로 구현한 환상의 세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8 15:25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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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스웨덴 출신 30대 사진작가… 모든 요소 직접 촬영 후 편집해 작품 제작
양털이 구름되는 상상 담은 ‘적운과 천둥’ 등 기발한 작품 50여편 선봬
 
이번 전시에선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조작해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잘려나간 양털이 구름이 된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적운과 천둥’(Cumulus & Thunder, 2017)
이번 전시에선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조작해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잘려나간 양털이 구름이 된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적운과 천둥’(Cumulus & Thunder, 2017)

 

“누군가 매일 밤 달을 바꿔 다는 건지도 몰라.”
매일 달라지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순수한 어린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매일 보름달, 초승달 등을 바꿔 걸어둔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들어선 순간 이러한 상상이 실제로 펼쳐졌다. 스웨덴 출신 에릭 요한슨이 직접 찍은 사진과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편집 기술인 ‘포토샵’으로 만들어낸 기이한 세상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에릭 요한슨 : 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을 가능하게) 전이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사진작가로 평가되는 에릭 요한슨(34)은 데뷔와 동시에 촉망받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가 풍부한 상상력과 세심한 표현으로 구현한 작품들은 사진 이상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에 관한 한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포토샵’이란 사진이나 이미지 등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면서 그 자체가 ‘그래픽 편집’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약 50점의 대형 작품을 통해 직접 찍은 사진을 컴퓨터 포토샵으로 처리한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또 그가 어떻게 작품을 완성하는 지를 소개하는 영상과 그의 작품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트릭아트(착시예술)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들은 대부분 일부분만 직접 촬영하고 기존에 있던 소스를 활용한다. 하지만 요한슨은 사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들을 직접 촬영하고 이를 편집에 활용했다. 사진이 중심이다 보니 다작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1년에 10점 이내의 작품만 선보이고 있다.
 
그는 길게는 1년간 아이디어를 구상한 후 촬영에 들어간다. 전체 작품 제작기간 중 촬영에 들이는 시간은 일주일 내로 가장 짧다. 촬영까지 완료되면 포토샵을 활용한 컴퓨터 작업으로 사진에서 이미지를 추출해 레이어로 만든다. 예를 들면 평범한 화장실 사진에서 포토샵을 활용하면 세면대만 정교하게 떼어낼 수 있다. 이렇게 떼어난 세면대가 하나의 레이어(이미지 합성을 위해 사용하는 층)로 활용되는데 요한슨은 최대 150개가 넘는 레이어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단순히 요소들을 합치고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빛에 따른 음영과 경계선 등 아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2017년작 ‘적운과 천둥’(Cumulus & Thunder)이 대표적이다. 한 사람이 깎은 양의 털이 곧장 하늘로 날아가 구름이 된다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이다. 털이 깎이는 양 건너편에 먹구름을 연상시키는 검은 양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담은 사진이지만 조작된 흔적을 육안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더 놀라운 점은 실제 이 작품을 제작할 때 양털을 깎지 않고 모형을 사용했다. 풍선을 여러 개 이어 붙여 흰색 페인트칠을 하고 거기에 솜을 붙여 양 모형을 만들어 촬영했다. 그리고 사진 속 양털의 이동경로인 도로사진을 찍기 위해서 며칠 간 기다리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은 작품과 함께 소개한 제작과정을 통해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물고기 섬’(Fishy Island)도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바다 위 외딴 섬과 그 위에 지어진 고즈넉한 주택이 사실은 생선의 등이었다는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또 요한슨은 단순히 환상적인 작품만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 등 사회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여기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비판하는 ‘수요와 공급’(Demand & Supply)이 대표적이다.
 
윗부분만 보면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가 떠오른다. 빽빽이 들어선 이국적인 건물들은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끊임없이 파내 역피라미드 위에 건물을 세워 놓은 듯 위태롭게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표현한 작품 ‘기대’ (Expectations)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똑같은 얼굴과 옷을 입은 수많은 다른 ‘나’가 책상에 앉아 있는 ‘나’를 감시하듯 쳐다보는 작품에선 기대에 찬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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