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전남 장수군 등 식기세척기 보급… 경로당 새 효자로 자리잡을까
경기 고양시, 전남 장수군 등 식기세척기 보급… 경로당 새 효자로 자리잡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05 14:43
  • 호수 6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음식물 묻은 식기 불린 후 고온‧고압방식으로 세척… 식기 수납도 가능

고양시 덕양구 가장경로당 식사도우미 어르신들이 식기세척기 옆에서 깨끗히 세척된 그릇을 들며 웃어보이고 있다. 고양시 등 지자체들은 식기세척기 보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사진=조준우 기자
고양시 덕양구 가장경로당 식사도우미 어르신들이 식기세척기 옆에서 깨끗히 세척된 그릇을 들며 웃어보이고 있다. 고양시 등 지자체들은 식기세척기 보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사진=조준우 기자

“오늘은 노래교실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많이 오는 날이에요.”

지난 7월 1일 경기 덕양구 가장경로당에서는 식사도우미로 활동 중인 이애자 어르신이 부지런하게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가 임박하자 3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들었고 이 어르신은 준비한 각종 밑반찬과 찌개 등으로 한상을 차렸다. 문제는 식사 이후였다. 밥과 반찬 등을 담은 100여개의 그릇이 싱크대 주변에 쌓여 있었다. 이를 바라본 이 어르신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지난달 설치한 식기세척기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이 어르신은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1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을 확 줄여준 ‘효자’”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전남 장성군, 경북 울진군 등서 관내 경로당에 식기세척기를 보급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면서도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가전제품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공기청정기는 전국 모든 경로당에 들여놓을 예정이며 일부 지자체에선 200~300만원을 호가하는 안마의자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자체들이 최근에 주목하는 건 식기세척기다. 식기세척기는 식사 인원이 20~30명에 달하는 경로당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손꼽혀 왔다. 

그릇, 컵, 수저 등을 자동으로 세척하고 건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식기세척기는 뜨거운 스팀(세제 포함)으로 음식물을 불린 상태에서 강한 물살로 그릇을 씻어내는 원리로 작동한다. 70도가 넘는 고온․고압의 물을 빈틈없이 분사하기 때문에 손으로 할 때보다 눌어붙은 음식물과 유해세균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세척할 수 있고 다양한 선반 시스템을 적용해 수납공간을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다. 

식기세척기는 고압물살을 얼마나 빈틈없이 분사해 음식물을 씻어내는가에 따라 품질이 평가된다. 초창기 제품들은 오목한 그릇 세척이 미흡했고 기름때가 빠지지 않는 등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식기세척기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까지 7만대 수준에 올해 11만대를 넘어서고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2025년 5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올해 4월 추가경정예산으로 2000만원을 편성해 식기세척기 사업을 추진해 가장경로당 등 총 33개 경로당에 식기세척기를 우선적으로 보급했다․ 이날 가장경로당에서 식사를 마치자 이애자 어르신은 그릇에 묻은 음식물만 간단히 제거한 후 식기세척기에 곧장 넣었다. 가장 큰 용량의 제품이어서 모든 설거지거리가 한 번에 들어갔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후 불림‧세척‧헹굼‧건조를 한 번에 진행하는 오토버튼을 눌렀고 설거지와 뒷정리는 거기서 끝이 났다. 이 어르신은 “설거지 걱정이 줄어 온전히 음식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군도 올해 경로당에서의 공동 취사·급식에 의한 일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군비 5000만원을 들여 경로당 70개소에 식기세척기를 지원했다. 또 2023년까지 연차적으로 150여개 모든 경로당에 식기세척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 양양군 역시 올해 말까지 관내 120여개 경로당에 보급하는 등 점차 식기세척기를 보급하는 지자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인지도자들은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 크게 환영하고 있다.

우일덕 대한노인회 덕양구지회장은 “그간 식사를 담당하는 어르신들이 설거지를 하느라 허리와 무릎통증에 시달려 왔다”면서 “식기세척기 보급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고 점차 전 경로당으로 확대돼 어르신들이 설거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