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진상 손님’은 사양합니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진상 손님’은 사양합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05 15:10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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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한때 우리나라 서비스업계에서 많이 쓰던 말이다.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돈을 지불하는 손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라는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처럼 이를 악용하는 손님들이 늘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하는 손님이 ‘갑’이고 돈을 받는 상점은 ‘을’이라는 인식이 강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이런 비대칭은 2010년대 전후 ‘갑질’이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달라진다. 계약서상 갑의 입장에서 돈을 준다는 이유로 하던 몰상식한 행동이 대단히 잘못 된 것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이는 서비스업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진상, 블랙컨슈머로 불리는 악덕 손님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 손님과 주인장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돈을 지불하는 만큼 다른 쪽이 동등한 상품을 제공하기에 어느 쪽도 우위에 서지 않는다. 손님은 그냥 손님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는 서비스 비용도 들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기업들이 보증기간을 정해 소비자 과실이 아닌 제품에 한해 무상AS를 해주듯 요식업계에서도 실수에 대해선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1인분을 주문하고 아이가 먹을 밥을 무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애프터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10번을 우린 사골을 마트에 들고 가 더 이상 우려지지 않는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것도 물론 AS가 아니다. ‘사골 이야기는 지나친 과장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진짜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식당들이 꽤 많아졌다. 처음에는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이 강했지만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의 말도 안 되는 갑질 문제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해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 식당이 49세 이상은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어 큰 화제를 모았다. 일명 노시니어존이 등장하자 사회가 인색해졌다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해당 식당 주인에겐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유독 50대 이상 남성 손님이 여성인 자신에게 추근거려서 다른 손님들을 맞는데 영향을 줘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노○○존’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열쇠는 결국 손님이 쥐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손님은 손님이다. 아직도 왕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해 드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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