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8] 밴댕이 소갈딱지
아하! 속담·성어 [8] 밴댕이 소갈딱지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7.05 15:20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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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량이 없고 속 좁은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

밴댕이
밴댕이

보통 너그럽지 못하고 참을성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한다. ‘소갈딱지’는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거지를 아주 낮잡아 일컫는 말이다. ‘밴댕이 소갈딱지’는 곧 밴댕이 같은 행동이나 생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남자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 흉보는 말로 사용돼 왔다. 

옛날 남존여비 사상에서는 여자가 속 좁은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배포가 커야하는 사내 대장부가 쪼잔하게 행동하면 남자같지 않다고 하여 비난의 대상이 됐고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흉을 봤다. 

때문에 남자들에게 밴댕이 같다고 하면 아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어서 ‘밴댕이’로 인해 자주 주먹다짐으로 번지기도 했다. 

대체 밴댕이가 어떻기에 이처럼 속 좁고 쩨쩨한 남자의 대명사가 됐을까. 청어과의 밴댕이는 몸길이가 15cm 내외로, 5~6월 산란기가 되면 살이 토실하게 올라 몸집이 가장 크고 맛도 좋다. 

그런데 밴댕이는 어부들도 살아있는 상태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잡히자마자 죽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물에 걸리면 급한 성질을 주체 못해 제풀에 죽어버린다고 여겼다. 용케 산채로 올라와도 몸을 이리저리 뒤집거나 파르르 떨다가 이내 죽어버린다. 이같은 행동으로 인해 밴댕이는 성질이 엄청 급한 물고기로 통했다. 

쉽게 죽는 밴댕이는 내장도 쉽게 상해 잡은 뒤 하루가 지나기 전에 내장을 빼내고 젓갈로 담아야했다. 그런데 밴댕이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보면 아주 작은 것에 놀라게 된다. 같은 크기의 물고기에 비해 70~80% 정도로 확연하게 작다. 

자연히 이 밴댕이의 작은 속(내장)이 입방아거리가 됐고, 밴댕이가 그물에 잡히면 금세 죽거나 파르르 떨고 이리저리 뒤집는 등 성깔 나쁜 행동들이 다 속 좁은 탓으로 여겨졌다. 

이런 연유로 아량이 없고 통이 크지 못한 사람들을 ‘밴댕이 소갈딱지’에 비유했다.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한 소갈딱지 대신 ‘밴댕이 같은 놈’ ‘밴댕이 속같다’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응용해 ‘밴댕이 콧구멍 같다’고 흉보기도 하는데, 밴댕이 속보다 더 작은 콧구멍에 비유했으니 상대방의 속 좁은 행동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케한다. 

그런데 밴댕이는 억울하다. 

잡혀 올라온 밴댕이가 이리저리 몸을 뒤집고 파르르 떨며 죽어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밴댕이의 작은 속과 연관시켜 ‘밴댕이 소갈딱지’라 흉보지만 실상은 다르다. 

밴댕이 내장은 작을 뿐 아니라 수압에 약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잘 터진다. 그래서 그물에 잡혀 물 밖으로 나온 밴댕이는 속터지는 고통에 발버둥치는 것이다. 속 좁은 행동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흔히 사람들은 상대의 ‘밴댕이 소갈딱지’같은 행동에 답답해하며 “속터진다”고 하는데, 정작 이말을 듣는 밴댕이는 어떨까. 정말 속터질 것 같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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